청렴은 내 운명!
나는 작년 이맘때 무엇을 했나 가만히 생각해 본다. 다가올 시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고 책과 씨름하며 무더운 여름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신규교사로서 첫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다. 지난 5개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교육공무원으로 청렴선서를 하고, 걱정과 설렘을 가지고 출근했던 3월, 학생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던 수학여행,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었던 축제, 무더위와 싸우며 공부했던 여름. 그러나 한 학기를 보내며 교직에 대해 처음 가졌던 순수한 열망과 기대, 다짐들을 현실적인 벽을 핑계로 놓아버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처음 청렴선서를 할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하였다. 그러나 학교에 발령을 받고 청렴은 더 이상 나에게 있어 ‘선택’이 아니라 평생 지켜야 할 ‘소명’이 되었다.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선생님들은 청렴 서약서를 쓴다. 내가 했던 청렴선서의 내용들이 실제 학교에서의 활동 하나하나에 전제되어 있었다. 이제 청렴은 구호에서 그치는 허울뿐인 덕목이 아닌 교육현장에서 실천으로 꽃 피고 있는 바람직한 변화였다.
우리 학생들은 선생님을 보고 배운다. 교실 안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과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사의 행동을 통해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보고 배우게 되는 잠재적 교육 또한 중요하다. 욕심이 너무 과하다 보면 옳지 못한 일을 저지르게 되고, 바른 말을 귀담아 듣지 못한다. 그리고 바른길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교사의 청렴 실천은 우리 학생들에게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열매를 맺는 것이 가장 정직한 일이고 보람된 일임을 깨닫게 하는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 읽은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돈에 눈이 멀어 악마의 회유에 넘어간 형제들과는 달리 이반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남에게 베풀면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지켜나갈 수 있었던 정직한 바보 이반의 모습이 청렴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탐욕에 오염된 시선으로 봤을 때는 바보 같지만 남을 배려하고 자기의 본분을 정직하게 지키는 ‘이반식의 삶의 태도’가 오늘날 우리 학생들과 교사인 나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렴에 대한 교사들의 의식 변화가 씨앗이 되어 교육 현장 전반에서 청렴의 실천이라는 꽃을 피웠고, 이제 제주도는 청렴 교육 고장이 되었다. 이제 교직에 첫발을 내딛는 교사로서 선배 교사들이 이루어 놓은 이러한 명예로운 타이틀을 지켜나가야 된다는 다짐이 생긴다. 올 초에 느꼈던 교사가 되었다는 ‘기쁨’보다는 지금은 교사라는 ‘책임’을 더 느낀다. 교사로서 탐욕을 부리지 않고 맑고 깨끗하게 그리고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청렴은 내 운명이 되었다. 청렴은 내 운명!
세화고등학교 교사 문 희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