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 편의 제공하면서 '안간힘'

서귀포시 대형마트 유치

2005-01-06     김용덕 기자

서귀포시의 가장 큰 고민은 지역경제활성화를 통한 인구확충에 있다. 이를 위해 강상주 서귀포시장은 서귀포의 균형발전을 위해 구시가지권의 동부권과 중문일대의 서부권, 그리고 신시가지로 대별되는 종합발전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10년넘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신시가지의 활성화를 위해 구시가지권내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사업과 맞물려 사업자인 (주)신세계의 E마트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구시가지권에는 삼성홈플러스와 뉴월드마트 등 2곳의 대형할인마트가 개업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구 9만명도 안되는 소규모 도시에 대형할인마트 3곳이 새로 문을 열게 될 경우 기존 상권의 붕괴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서귀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최근 서귀포시 인터넷 홈페이지인 ‘칠십리신문고’를 통해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오지 않아도 장사가 안 되서 힘이 드는 데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불황으로 인하여 서귀포의 경제가 엉망인데 대형 할인매장인 홈플러스와 E마트까지 들어온다면 도대체 저희들은 어떻게 생활을 하라고 하는 겁니까”면서 “당장은 서귀포 시민들도 대형할인 매장이 가까이에 있어 편리하겠지만 서귀포의 돈이 비행기를 타고 육지로 가는 것인데 좀 더 앞을 내다보고 일을 처리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대형할인매장 입점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러지 않아도 서귀포지역에 중소 마트들이 들어선지 꽤 오래 되었고 그로 인하여 재래시장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형편에, 대형 마트가 동시에 그것도 셋씩이나 이 좁디좁은 손바닥 안에 들어선다니, 벌써 시장의 중소상인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면서 “일개 기업이 자기들의 판단에 의하여 사업을 벌인다는 데는 법적 하자가 없는 한 행정이 제도로 막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시정당국이 오직 10여년전에 해놓은 ‘사업자유치공모사업’란 이유로 앞장서서 제식구 밥솥을 깨뜨릴 것이 뻔한 외래객을 불러들이는 데 앞장서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참으로 억하심정입니다”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였다.

이 네티즌은 이어 “이것은 상생이 아니라, ‘너죽고 나죽자‘ 이며 서로 껴안고 절벽아래 시퍼런 강물위로 떨어지는 격”이라면서 “셋씩이나 들어오는 대형할인마트인들, 그들이야 까짓거 이쪽에서 손해 좀 본다손 친들 눈썹하나 바람에 날리지 않겠지만, 우리 중소상인들이야 제 솥단지 찌그리고 구둣발에 채이는 거나 다를 게 뭐 있습니까.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의 검은 그림자가 우리를 덮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트 관계자는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쓸 권리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고 인구의 유실을 막고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고 상권이 확대가 되면 그때가서 자유경쟁의 자본주의 원리에 의하여 유치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주대 양영철 교수는 “각 지자체들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일자리 창출, 좋은 교육환경 만들기, 그리고 자치단체의 혁신 등의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목표에 맞지 않으면 시행시기를 늦추거나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제 “특히 자치단체가 하지 말아야 할 것 가운데 가장 우선이 지역주민들과 경쟁하는 일”이라면서 “서귀포시는 관내 유통업자간에 과다경쟁으로 인하여 중소유통업체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귀포가 세계적인 대형유통마트인 이 마트를 그것도 용도변경과 같은 행정적 편의를 주면서 유치하는 것은 자기 식구인 서귀포시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중소유통업들은 모두 문 닫으라는 말과 꼭 같다. 포기하는 것이야 말로 서귀포시, 서귀포시민, 그리고 이 마트 모두가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 신시가지주민들은 터미널이전과 대형할인마트 입점은 그동안 침체된 신시가자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구시가지권 주민들은 지역상권 붕괴라고 주장하는 등 상호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귀포시의 입장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사업은 1993년에 결정된 이후 1998년 민자유치 공모까지 이뤄졌다. 그러나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10여년 이상 희망사업자가 나서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주)신세계와 지역업체인 신도개발(주)가 사업계획서를 재출, 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시는 이 사업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시는 이에 따라 희망사업자에게 당초 공모안대로 터미널사업을 병행할 것을 권유한데 이어 사업자가 희망한데로 시장으로의 용도변경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시는 특히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사업의 경우 1호광장 주변의 교통환경 개선과 신시가지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사업자의 대형할인매장인 E마트 입점에 따른 기존 상권의 반발 등을 약화시키기 위해 구시가지권의 활성화를 제시, 제2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여 사전지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있음을 홍보하고 있다.

시는 상권 활성화는 건전한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고 이는 일자리 확대를 통한 새로운 소비자의 창출과 소비자의 수입 증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돈내코 메디컬골프리조트, 교육관광시설 건설을 위한 용역을 착수하였고 시설이 완료될 경우 도심 상권도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는 이어 상권의 접근성 개선과 소비활동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중앙로와 중앙시장을 연결하는 도로개설사업을 2005년도에 착수함은 물론 중정로를 지역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찾게 할 수 있는 ‘차 없는 거리 조성’ 등 교통운영계획을 수립, 재래시장 및 도심 상권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