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하라고 막이 올랐다
또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날 새해 맞이가 늘 그랬듯이 올 새해도 며칠사이에 만나는 사람마다 주고받는 덕담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는 인사이다.
항상 해가 바뀌면 사람마다 올해만큼은 뭔가 잘해보리라는 희망과 변화를 약속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그래서 시작은 모든 것을 다른 방법, 다른 길, 다른 이름으로 해도 좋다는 변수(變數)의 제공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엇이 희망이며 새로운 출발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를 물으면 말문이 막힌다. 그만큼 2005년에도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풀어야 할 난제는 많다. 그래서 덕담만을 나눌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일 년이라는 시간 구분이 우리에게 주어져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만약 이런 시간의 경계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일직선의 전진, 뒤돌아보지 않는 전진만을 거듭했을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한번 더 가늠해보는 일은 구분과 경계가 있어서 가능했다. 줄기차게 달려가다 숨이 가빠 잠시 멈추고 싶어도, 길의 방향을 바꾸고 싶어도, 숨고르기를 할 마땅한 지점이 없었다면 우리는 결국 파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일부 최상위층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 만연해 있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한 수위에 있다. 날이 갈수록 세상이 점점 안정감이 없어지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탓이 크다. 이럴 때 일 수록 흔들리는 국가의 중심을 바로잡아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믿음을 줄 수 있는 참된 리더쉽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또 그래야 한다. 그러나 아무나 될 수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다. 겉으로는 리더같이 보이나 실속은 아니라든가, 자리는 리더의 자리인데 격이 없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든지, 혹은 하찮은 자리이면서도 자기 자리만을 지키는 리더도 적지 않다. 리더의 자격은 거듭 태어나야하고 혹독한 자기연마가 필요하다.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 타고난 성품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잘 조화시켜 나가는 사람으로 자기 자신부터 지키는 파수꾼이라야 한다. 그래야만 제 몫의 역할을 해 낼 수 있다. 어떠한 극한 상황 속에서도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극복정신을 가진 리더가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을유년(乙酉年)의 상징인 닭은 어둠을 밀어내고 아침의 도래를 알리기 때문에 모든 것의 처음과 시작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이제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하라는 막이 올랐다.
우리사회를 떠받칠 수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진정한 리더쉽을 통해 다시 한번 일어서야한다. 꿈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으며 의지와 열정이 있으면 희망은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이제 더 이상 계층간, 세력간의 반목과 갈등을 지양하고,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문제로 에너지를 소진하지 말자. 국정의 우선 순위를 국민중심으로 바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재도약을 위하여 모든 관심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를 버리고 통합의 정치를 이루어야 한다. 서로의 꿈과 희망을 남보다 더 많이 얻어내려는 데만 집착하는 새해의 꿈은 결국 서로의 꿈을 방해하고 물고 늘어지는 추한 모습으로 대립하게 되고 또 한번 후회만 남는 한해가 되고 말 것이다.
남의 길을 먼저 터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내 갈길을 더 빨리 갈 수 있는 진리를 얼마만큼 빨리 터득하고 용기 있게 실천할 수 있느냐에 따라 민생도 살고 경제도 살수 있다.
2005년을 다시 한번 도약하는 한해로 삼아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모두가 웃을수 있는 잘사는 나라,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자.
이 광 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