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한장으로 무얼 살까 고민해요"
재래시장에서 만난 평범한 주부의 을유년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는 수 밖 에요”
어느 시대적 얘기냐고 할 테지만 보릿고개를 지내던 과거 어머니상을 그대로 이어받아 살림살이의 허리띠를 바짝 쪼이고 있는 것이 최근 우리 어머니다.
갑자기 불어온 겨울 한파가 지난해 경제한파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사람냄새’가 그리울 때, 삶의 회의가 느껴질 때마다 한 번씩 청해봤을 시끌벅적한 ‘재래시장’, 지금 재래시장의 모습은 결코 과거의 재래시장이 아니다.
사실 가계경제에서 손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은 아이들 교육비도 아니고, 세금도 아니고 바로 의식비기 때문이다.
제주시 동문시장 역시 매 한가지.
제주산 특산물과 수산물을 사기 위해 오가는 관광객만이 썰렁한 시장의 인적을 남길 뿐이다.
그런 재래시장에서 만난 박옥자씨(가명․50․건입동)도 점점 어려워지는 가계경제때문 택시나 버스타고 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닌단다.
“예전 같았으면 시장 올 때 무거운 짐도 있고 해서 택시를 종종 이용했죠. 하지만 요즘은 그럴 수 있나요?”
그는 커다란 파라솔을 펴고 갖가지 야채와 채소류를 파는 할머니에게 잎마늘 1000원치를 주문한다.
이제 박씨에게 흥정은 사라진 풍경이다. 에누리없이 할머니가 건네는 대로 받는다.
“어려운 처지에 같은 가격이면 더 많은 양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물건을)사는 사람도 어렵지만 파는 사람도 힘든 상황이니까…”
호탈하게 웃는 보이는 박씨는 “시장에 오면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걸 금새 느끼게 된다”며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각종 야채가 기본 500원 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500원어치는 팔지도 않는다”고 한 숨을 내쉰다.
그는 “그런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며 “예전에 돈 1만원이면 한 끼 식사를 차릴 수 있었지만 요즘 같으면 반찬 한 가지 만들 수 있는 재료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새삼 높은 물가에 한탄해 본다.
이어 “그렇지만 이렇게 만원짜리 한 장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은 고민하지만 그것도 모두 서민들 뿐이지, 안정적인 경제기반을 갖춘 사람들은 끄떡도 없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이날 박씨는 가족들이 함께 할 저녁식사를 위해 닭 한 마리를 샀다.
특별요리 ‘닭도리탕’을 위해서다.
“우리 아들이 대학을 졸업했는데 아직 취업을 못했어요. 해가 바뀌는데 또 백수길을 간다고 힘없어 하던 아들의 어깨에 힘을 좀 실어줄까 해서 오늘 저녁은 아들이 좋아하는 닭도리탕을 하려구요”
박씨는 시장에서 구입한 미역은 깨끗한 물에 씻어서 새콤달콤 미역냉채를 하고 잎마늘은 뜨거운 물에 데쳐서 참기름 듬뿍 넣어 나물을 무쳐먹을 거라고 말하며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번 떠오른 새해를 보며 아들의 취업과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기원했다는 박씨는 그 소망이 진실로 이뤄지길 바라며 다시 반문해 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이 있으면 화창하게 개는 날도 오듯 올해는 우리 서민들 경제가 펴지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