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될 때까지!
공용화기 사격 훈련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내일이면 해병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포항으로 떠난다. 60MM포의 계산병으로 수 개월간 배우고 익힌 내용이지만,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긴장된다.
지난 일주일 동안 최종 점검을 위해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치렀다. 계산병 임무를 갖고 있는 나는 FDC(계산, 사격지휘) 관측의 임무를 숙지하기 위해 별도의 임무를 받았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배웠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 잘 안될 때는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 반복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훈련을 하니, 머리가 어지러운 지경이었지만,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정신으로 될 때까지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의문점을 대부분 해소 할 수 있었고, 자신감이 마구마구 차올랐다.
실사격의 기회가 많지 않은 우리 부대는 다른 부대에 비해서 초탄을 발사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내가 신속하게 계산해서 바른 사격명령을 이끌어 내면 우리 포반의 움직임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평소 같으면 체육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하는 주말. 알 수 없는 설레임과 기대감에 들떠서 나침반, 평판, 계산병 기록표 등 훈련에 필요한 준비물을 점검하고 사격하는 장면을 머릿속에 계속 그렸다.
배를 타고 포항에 상륙. 산발적으로 떨어지는 포탄의 광음. 고막을 두드리는 기관총 사격 소리.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대원들. 야전의 한 복판, 격전지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 부대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무전으로 연달아 관측, 사격지휘, 사격명령이 내려왔고, 나는 평소에 배운 대로 꼼꼼하게 점검하여 초탄을 날렸다. 역시 기록도 좋지 않았고, 정확도도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될 때까지 한다. 그래서 모든 과정을 묵묵히 반복했다. 사격이 계속 될수록 팀원들의 움직임은 통일성을 가지게 되었고 산 넘어 표적이 명중 되면서 대원들의 사기는 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격 속도는 빨라져 갔고, 포탄은 과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내가 하는 일. 나의 전우가 하는 일. 이런 일들이 모여서 정확한 사격을 만들어내는 것에 우리는 함께 황홀감을 만끽했다.
그렇다. 시작은 미약할 수 있다. 초탄 발사는 느리고 과녁을 크게 벗어났다. 우리 부대에서는 실 사격을 해 볼 기회도, 심지어는 참관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될 때가지 한다.’ 눈으로 보고 배우고, 손으로 따라하고. 늦은 발걸음이지만, 결국에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명중시킨다. 어제의 나보다 발전해 있는 오늘. 오늘의 나보다 발전해 있는 내일. 한 방울 한 방울의 땀방울이 모여서 최강의 부대를 만들어 낸다.
해군제주방어사령부 해병93대대 상병 김 한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