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한라산 관리권 논란
무사안일 행정행위가 빚은 국립공원 관리권 환원 소동
어이없는 한라산 관리권 논란
무사안일 행정행위가 빚은 국립공원 관리권 환원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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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국립공원 관리권 문제가 도민적 논란거리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행사해 왔던 관리권을 중앙으로 귀속시키겠다는 것에 대한 시비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국립공원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해 그동안 제주도가 관리해오던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를 국가사무로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여기서 도민적 정체성과 연결된 한라산의 상징성,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 지정 등 유네스코가 인정한 제주자연자원의 빛나는 가치를 온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라산 관리주체도 제주도와 제주도민이 되어야 한다는 도민적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 국립공원은 여타지역의 국립공원과는 차원이 다른 상징성과 잠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제주도민의 삶이 한라산에 녹아 흐르고 제주사람들의 애환과 역사가 한라산 곳곳에 배어 있다. ‘제주도’하면 한라산, ‘한라산’하면 곧 제주도민이 떠오르는 제주도의 상징이고 제주도민의 정체성이 바로 한라산이다.
그러기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지난 40여년 동안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귀속시키려는 중앙부처의 여러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열악한 재정 상태에서도 도민들은 지금까지 치열하게 한라산 관리권을 지켜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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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 국립공원 관리가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전환된 후 2002년, 2005년, 2009년에도 계속 정부부처와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권 환수에 집착해 왔다. 그때마다 도민들은 “한라산은 제주도민이 지킨다”는 일념으로 관리권을 지켜 온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권을 중앙이 가진다면 도비 부담 등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관리권을 지켰던 것은 한라산이 주는 상징성과 잠재적 유·무형의 자산가치가 도의 재정 부담을 훨씬 뛰어 넘어 계량할 수 없을 정도로 도민이익을 보장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민들의 이러한 정서를 모를 리 없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무리한 관리권 환수 조치에 도민적 분노와 반발을 부르는 것이다.
환경부는 관리권 환수 이유로 전문성 부족과 열악한 지방재정을 들고 있다. 전문성 부족 운운은 지난 40여년 동안 전국 국립공원 중 가정 온전하고 슬기롭게 관리해온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 노하우를 알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방재정 문제도 그렇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인정한다면 국립공원의 이름에 맡도록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면 될 일이다. 환경부의 관리권 환수 이유는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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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권 문제의 논란은 중앙정부의 제주경시 의식과 제주도정의 무사안일과 무지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특별법 정신은 중앙의 권한을 대폭 제주에 이양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권도 중앙 환수가 아니라 제주 이양이 맞는 일이다.
다음은 제주도정의 무능과 무사안일 행정행위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관리권 중앙 환수 사실을 제주도에 통보하고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도는 아무런 의견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4일 분권촉진위원회는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 업무를 국가사무로 이양하기로 결정하고 도에 통보 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후에야 도는 부랴부랴 “한라산 관리를 도가 맡게 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읍소하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의 뒤늦은 읍소행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도의 뒷북치기 행태에 대한 도민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