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자치사료관 개관을 축하하며
도내 기초자치단체(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가 폐지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로 통합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과거 제주시 의원으로 활동했던 필자로서는 사라진 시군의 역사가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역사가 없는 특별자치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공유하는 분들과 함께, 폐지된 기초의회의 활동상이 담긴 기록물을 보존하고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의정사료관’ 설립을 2009년에 도에 건의한 바 있다. 도정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근현대 역사에 관한 기록관으로 발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에 이르게 되어, ‘제주지방자치사료관’이란 최종 확정된 명칭으로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태정태세 문단세 … ’로 시작되는 조선시대 왕의 묘호는 배우면서도,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사에 관한 관심과 교육은 여전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어제 방문한 사료관에서 접한 몇몇 기록물은 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제주도(島)’가 전라남도 관할에서 분리되어 ‘제주도(道)’로 승격될 당시의 미군정청 문서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회제공을 통해 많은 도민들(특히 학생들)로 하여금 “미군정기에 제주도(島)가 제주도(道)로 변경되었다면, ‘탐라’가 ‘제주’로 명칭이 바뀌게 된 시대는 언제며,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첫 단추를 끼우는 시점에서 지나친 조바심을 가져서는 안 되겠지만, 전시자료의 부족함에 대해 아쉬움이 있음은 솔직한 심정이다. 향후 도민들의 많은 기증과 관련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인해 전시자료가 보다 풍부해지면서, 단순 ‘홍보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와 관련된 많은 ‘사실(事實)’들이 ‘사실(史實)’로 정리되고 보존되면서 널리 알려지는 진정한 의미의 ‘제주 역사기록관’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주시 의정동우회장 박 경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