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카트리나 모멘트(Kathrina Moment)

2011-06-21     허 은 석

 

2005년 8월말 대형 태풍 카트리나가 미국, 특히 뉴올리언스 지역을 덮쳐 쑥대밭으로 만들며 도시의 80%가 물에 잠겼는데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1,605명에 달했고, 재산 피해는 750억 달러에 육박했다.
하나의 자연재해였으나, 허술한 구조 활동으로 부시 정부의 행정능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사고대책기구의 무능이 초래됐다는 지적으로  많은 시민이 부시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결정적 기점을 두고 흔히 ‘카트리나 모멘트(Kathrina Moment)’라고 한다.
매년 자연재해를 경험하는 나라는 일정 재난유형별 대하여 일반적인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대처하고 있으나 대다수 정부나 국민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유형의 피해를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는 행여 오만과 방심이 개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재난유형별 대응방안을 매뉴얼화 하고 장비확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동시다발적 재난에 도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도민들 또한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난에 대하여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의지와 능력보다 빗발치는 구호요청을 돌이켜볼 때 우리 모두는 모든 재해에 대한 오만과 방심이 개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며 방재조직과 도민의 가슴 곳곳에 제주판 카트리나 모멘트가 발생할 기회가 높아지는 개연성을 경고한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토양이 물 빠짐이 좋아 홍수가 흔치 않은 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육지 본토의 물난리를 보면서 제주의 자연환경이 재난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침수주택 구호 활동 중 인명구조를 위하여 예고 없이 소방대원이 철수할 수 있으며, 무섭게 불어나는 물결에 구조요청의 외침도 기약 없는 구조시간에 묻혀 버릴지도 모른다.

태풍의 위력이 맹위를 떨칠 때 거리를 활보하는 주민과 예고된 호우주의보 속에도 계곡과 위험지구를 방문하는 무모함은 안전에 대한 요구가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인식하는 의식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제주도 기상 관련 속담 중에는 “6월에 태풍이 시작되면 태풍이 여섯 개 온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북서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이 제주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상 조건이 일찍 형성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태풍이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연재난의 일반적인 규칙은 있으나 또한 일정하지 않는다는 점은 언제든지 예측할 수 없는 화를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07년 제11호 태풍“나리”에 의한 유래 없는 폭우로 엄청난 피해를 예로 들지 않아도 개인은 농경지, 건축물, 해안시설물 보호 등, 태풍에 대한 적극적 회피 보호조치가 필요하며 재난대응 부서는 한정된 조직으로 도민에 대한 구호활동의 효율성 제고에 만반의 조치가 필요한 6월을 맞이하는 마음이다.

서귀포소방서 중문119센터 소방위 허 은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