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건강이 곧 희망입니다"
희망 제주! 2005 이제는 경제다
IMF때 보다도 더 어려웠다는 갑신년을 보내고 을유년 새해를 맞았다. 그러나 을유년 새해에도 곳곳에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불안요소들이 기웃거리고 있다. 경제사정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고대하는 우리 이웃들의 새해 '경제소망'을 연재한다.
희망 제주! 2005 이제는 경제다
슈퍼마켓 송기만ㆍ고경순 부부의 새해소망
“새해 소망이요. 뭐 딴 게 있겠습니까? 가게 매출이나 팍 늘었으면 하는 거 말고”
제주시 이도1동 삼성초등학교 부근에서 안성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송기만(44)씨가 말하는 새해 소망이다.
30일 오후 5시쯤 송씨는 담배를 물고 밖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을씨년스런 날씨만큼이나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가게 한켠에서는 부인 고경순(44)씨가 빠른 손놀림으로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슈퍼에서 붕어빵, 오뎅 등 스낵류를 파는 게 생소해 물었더니 장사가 하도 안 돼 자구책으로 겸업을 하게 됐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없는 손님 기다리기가 뭐해서 작년부터 시작했지. 겨울 한철 장사하는데 매상에 꽤 도움이 돼”
2004년 제주지역 경제주체들이 체감한 불황의 골은 유례없이 깊었다. 업종을 불문하고 IMF 환란위기 때보다 훨씬 살기가 어렵다며 절망을 얘기하는 게 어렵지 않게 볼 있는 풍속도였다.
특히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은 ‘최악’ 이었다. 대형 할인매장은 물론 중ㆍ소형 프렌차이즈 유통업체의 영역확장으로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판에 극심한 경기불황까지 겹쳐 직격탄을 맞았다.
동갑내기인 송씨 부부가 이 자리에서 가게 문을 연 때는 지난 92년 10월. 결혼 후 12년째 슈퍼마켓을 함께 꾸려오고 있다. 결혼 전 호텔에 근무하던 송씨는 빠른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그래도 자영업이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직장을 그만뒀다.
처음엔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개업 당시는 하루 매출이 평균 120∼130만원에 달했다. 아이들이 어려 비용지출이 많지 않고 해서 집세와 생활비를 빼고 저축도 가능했다.
그러나 IMF를 즈음해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매출이 매년 20∼30% 씩 줄어갔다. 2003부터는 적자(500만원)로 돌아섰고 지난해 손실 폭은 더욱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뭐 큰 욕심 없어. 가게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집세와 생활비 정도만 해결하면 만족인데 그게 안되니…”
송씨 부부의 요즘 하루 매상은 붕어빵 8만원을 포함, 30∼40만원선. 개업 초기의 4분의1 수준으로 준 셈이다. 그렇지만 주변 상가 주인이 일년에 두 번씩이나 바뀌고 문을 닫는 곳도 많은 등 경제적 고통이 자신들만 겪는 일이 아닌 것이 위안을 삼고 있다.
“아침 8시에 문을 열어 자정이 넘도록 가게에 매달리다 보니 가족끼리 나들이 한 번 못가고 더군다나 수입이 떨어지면서 두 아들의 학원도 끊었다”면서 “요즘엔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송씨 부부.
그러나 절망이 깊으면 희망도 커지는 법. 송씨 부부는 묵은 해를 보내며 누구나 그러하듯 꿈과 희망에 설레였다. 다행히 제주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감귤 가격이 좋게 형성되고 있어 새해에는 사람들의 소비도 늘어나는 등 지난해와는 많이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송씨 부부는 “아직 나이도 젊고 건강한 만큼 희망이 있다” “새해에는 싸우지 말고 합심해서 힘껏 뛰어보자”며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