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빙 도입 찬반 양론 '팽팽'
"지역경제 막대한 파급효과-도박 중독 피폐 불가피"
<기획> 경빙 도입 방안과 과제(3)-도민 공청회
민주당 김재윤 국회의원 주최로 14일 오후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주도 경빙사업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도민 공청회에서는 경빙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찬성 측은 제주 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한 반면 반대 측은 경마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도박산업에 불과하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지난 1월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률안은 동계올림픽의 인기종목인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트와 같은 빙상 경주를 스포츠 게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빙은 경마나 경륜처럼 돈을 걸고 베팅할 수 있다.
이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최근 발표한 테마파크 ‘아이스심포니 월드(Ice Symphony World)’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이다.
JDC는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실내 형태의 아이스링크와 스키장, 봅슬레이 체험시설 등 겨울철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재원조달방안으로 세계 최초의 프로빙상 경기인 경빙사업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경빙사업이 사행성 산업이라는 점에서 도내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무엇이 제주에 이익이 되고 문제가 되는지 꼼꼼히 짚어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도민 의견과 제주도, 도의회의 의견을 수렴한 뒤 관련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지만 경빙사업이 도민에게 폐해를 끼칠 것이라면 이 법안은 제정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 측 발제를 맡은 김창희 JDC 경영기획본부장은 ‘아이스심포니 월드’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국제빙상경기가 가능한 실내 아이스링크를 조성해 제주를 세계적인 겨울 스포츠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투자 재원 마련과 국제자유도시 완성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경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1단계로 부지 3만7000㎡에 1042억원을 들여 연간 13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면적 3만1000여㎡ 규모의 경빙장과 아이스쇼 공연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공공기관 출자 51%, 민간 출자 49% 비율로 충당한다.
김 본부장은 “아이스심포니 월드 프로젝트를 통해 260만명의 관광객 방문 효과와 30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지방세 수입과 기금 마련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했다.
사행성 저감 방안도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경빙 도입으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해 도민의 과도한 출입과 베팅횟수를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베팅액 상한선과 총액 한도를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자카드 도입과 사용자 계좌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한 베팅금액의 사전 예치로 베팅 규모를 원천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한국마사회법 적용을 받는 경마 등과는 달리 경빙은 제주도 조례로 운영방식 등이 제정되기 때문에 사행성 등의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 발제에 나선 김아현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국장은 경빙을 ‘제2의 경마’로 규정, 도입 논의를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다.
김 국장은 “경빙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신종도박”이라며 “관련 법안 역시 도민사회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의됐다”고 지적했다.
‘도민 출입 제한’ 규정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국장은 “제주 경마장 입장객 중 95% 이상이 도민이며, 지난해 제주경마장 매출액 9092억원 가운데 8000억원 가량이 도민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이라며 “도민 출입 제한 규정은 빙상과 유사한 겜블링 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강원랜드의 출입 제한 조치도 사실상 실패했다”며 “지역주민들이 주민등록증을 위.변조하거나 위장 전입을 통해 출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빙 도입으로 인한 지방세수 증대 효과와 관련해 “경마장과 같이 도민들이 95% 이상 이용할 경우 결국 도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수로 걷어들이는 꼴”이라며 “도박에 중독된 도민들을 통해 지방재정을 손쉽게 확충하겠다는 악순환적 발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도박 중독에 따른 사회적 손실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국장은 “우리나라 성인의 10% 가량이 병적인 도박중독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도박 중독자의 상당수가 빚더미에 앉거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경빙이나 카지노 사업 등은 논란만 낳을 뿐 지속가능한 제주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법률안 폐기와 더불어 경빙 논의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이치상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벤쿠버 올림픽에서 한국 빙상이 세계를 제패했는데 이러한 훌륭한 선수들이 선수생활을 마치면 마띵히 할 게 없다”면서 “이 사업이 추진되면 국내외 많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오게 되고, 제주가 세계빙상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길 제주대 교수는 “경빙이 제주도의 세수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연간 2400억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제주경마장의 3배 정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선 이정훈 늘푸른교회 목사는 “극단적으로 말해 ‘경빙’은 남의 주머니에서 돈은 빼먹겠다는 것이다. 제주사회가 ‘한탕주의’ 유혹에 병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정옥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은 “도박에 빠져들면 죽어서야 비로소 끊을 수 있다고들 한다”며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