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부채가 제주경제 옥죈다
제주지역 농가부채 전국 1위
농가부채를 줄이자.
을유년 2005년을 맞아 제주지역 농가가 우선 실천해야 할 사항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농산물 수입개방, FTA 협상 등으로 농촌 경제 현실이 어느 때보다 어둡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자체적으로 부채를 줄이는 지혜로 이를 극복해야한다는 것이다.
전국 농가부채 1위, 그러나 씀씀이도 이에 못지 않다.
쌀 생산에 주력하는 다른 지방 농촌에 비해 제주는 과수 및 채소류 중심이다.
해마다 가격 부침이 심한 작물로 제주 농가의 부채를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1980년대말과 1990년대초에 걸친 바나나 파동으로 인한 농가부채 문제가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는 시점에서 제주 농촌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큰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면서 이와 비슷한 모습의 부채를 안고 있다.
소득이 좋은 시기의 살림살이 규모가 커졌다가 소득이 줄어들 경우 그 폭만큼 부채로 남게 됨을 의미한다.
농가부채를 정의하면 농가가 타인에 대하여 지불해야 할 각종의 채무 및 미지불금을 의미하고 여기에 외상매입금, 미리 타고 불입하지 않은 곗돈 등도 포함된다.
차입용도에 따라서는 생산성 자금, 가계성자금, 채무상환용으로 구분한다.
생산성자금은 영농자금과 농업이외의 사업운영을 위한 시설자금이다.
의료비. 관혼상제비, 교육비 등은 가계성자금인데 제주 지역 농가 지출은 특히 이 부분이 높다.
채무상환용은 차입원금 및 기존 채무의 이자 상환을 목적으로 꾸는 자금으로 부채가 많을수록 덩달아 많아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제주 농가에 부담을 준 각종 요인은 감귤 수입감소, 가계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지방 교육 및 교통비 등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02년말을 기준으로 조사한 농가경제 동향을 보면 전국 농가당 평균 부채는 생산성 1502만4000원, 가계성 391만3000원, 상환용 96만1000원 등 1989만8000원이다.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이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생산성 2339만4000원, 가계성 790만9000원, 상환용 122만5000원 등 3252만8000원으로 생산에 투입되는 자금도 자금이지만 가계성은 다른 지방보다 2배를 웃도는 실정이다.
부채가 높은 만큼 어려운 살림살이를 꾸린다고 지레 짐작하면 오산이다.
소득이 많은 탓이다.
그러나 쓰임새도 많아 부채를 짊어진 채 어쩔 수 없이 다시 빚을 늘리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실정이다.
지역별 농가소득은 경기도의 농가당 3075만원에 이어 두 번째인 2930만3000원이다.
그 뒤를 경남 2546만5000원, 충남 2470만9000원 등 지역이 따르고 있다.
나머지는 전국 평균 2447만5000원을 밑돌고 있다.
경기 지역 농촌은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끼고 근교농업을 발전시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을 가졌기 때문에 논외로 치면 결국 제주 지역 농가의 소득은 무시 못할 수준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데 왜 빚은 불어날까.
제주지역 농가들의 부채 증가는 일단 감귤 수입감소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2002년산 감귤은 78만8000t 생산에 3165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으나 이는 1995년 61만5000t 생산, 4800억원보다 무려 1635억원이 줄었다.
연도별 감귤수입을 살피면 1999년 3257억원, 2000년 3708억원, 20001년 3617억원 등으로 생산량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속에서 전체적으로는 하향곡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입개방 이후 경쟁과일의 증가와 단기처방에 급급한 제주감귤산업의 현 주소가 녹아 든 통계수치로 평가된다.
또한 제주농가의 영농비 부담은 다른 지방에 비할 바가 못된다.
다른 지방에서 철재 하우스를 시설할 경우 평당 2만5000원이 소요되는 데 비해 제주형 비가림하우스는 평당 4만4000원을 들여야 가능하다.
이처럼 비싼 시설비가 드는 비닐하우스 면적은 1990년 유리온실 0.2ha. 비닐온실 798.6ha에서 1995년 유리온실 2.3ha. 비닐온실 902ha, 2000년 유리온실 18.4ha. 비닐온실 1929.5ha, 2002년 유리온실 18.8ha, 비닐온실 2239.6ha 등으로 크게 늘었다.
소득을 올리기 위해 도내 농민들은 빚은 내 가면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린 것이다.
가계성 자금의 증가도 한 원인이다.
전국 농가의 가계성부채 증가율은 2001년~2002년 사이 10만2000원 2.4%에 그쳤으나 제주지역은 100만6000원 14.6%로 큰 폭을 나타냈다.
다른 지방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의 뒷바라지, 항공기 등 교통이용에 따른 비용 발생은 감수해야 한다 치더라도 자동차 보유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농가부채가 적은 도 일수록 자동차보유대수도 적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도내 농가의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1.5농가당 1대.
부채순위 8위인 전남이 2.2가구 당 1대, 7위인 전북은 1.8가구당 1대, 9위인 충남은 1.7가구당 1대 등이다.
도내 농촌지역을 둘러봐도 농사용 차량이라고 여기기에는 곤란한 고급 승용차가 종종 눈에 띠는 게 현실이다.
고정적인 농가수입을 도모할 수 없다는 현실속에서 과도한 농업투자를 전개해야 생존이 가능한 제주지역 농가들.
수입이 높은 대신 지출도 많은 농가경제.
이 속에서 수입개방과 FTA에 맞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도내 1차산업에 던져진 올해의 과제거리다.
한 농업 전문가의 "제주 지역 농가의 진취성이나 의욕 등은 확실히 다른 지방을 앞선다. 그러나 가계성 지출이 많았던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자신을 가다듬는 자세 위에 당국의 적절한 대책이나 지원이 더해지면 제주 농업의 앞날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자세가 절실하다"는 지적은 되새겨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