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취소, 위법성 등 고려해야"
지법, 행정처분 기준과 도교법 취지 함께 판단해 판결
2011-05-26 김광호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부상준 수석부장판사)는 P씨(53)가 제주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최근 이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정한 행정처분 기준은 관할 행정청이 운전면허 취소 및 정지 등 사무처리를 위한 기준과 절차 등을 정한 내부적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해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는 행정처분 기준뿐아니라, 원고가 법규위반에 이르게 된 경위, 위법성의 정도, 자동차 운전과 직업과의 관련성 등을 모두 고려해 면허취소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상 필요와 운전면허 취소로 인해 원고가 받는 불이익을 비교 교량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와 (차량 소유자) A씨가 한때 동거했던 사이로 원고가 이 사건 차량의 복사키를 갖고 있었던 점, 원고가 순간적으로 A씨를 곤란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차량의 위치를 옮긴 점, 운전거리가 짧은 점, 서로 합의해 A씨가 원고의 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위반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원고는 지난 해 3월18일 제주시 모 아파트 앞 노상에서 A씨의 차량을 보고 미리 소지하고 있던 이 차량의 복사키로 문을 열고 시동을 걸어 약 10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운전해 차를 세워 두고 갔다가 차량 절취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아울러 원고는 경찰이 차량을 절취했다는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하자 면허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정한 행정처분 기준(운전면허 취소.정지처분)은 ‘다른 사람의 자동차 등을 훔치거나 빼앗은 때’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