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어느 절 보살님의 못된 행동
5월 10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신도들은 절마다 화려한 연등을 줄에 매달고 부처님께 엎드려 소원을 빌었다. 남을 위하여 빈 것이 아니라 모두 자기를 위해 빌었음이 분명하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불교하면 세계 3대 종교의 하나다. 기원전 5세기 초엽에 인도의 석가모니가 설법한 가르침으로 수행을 통하여 깨달음으로써 부처가 됨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로 알고 있다.
그런데 성스럽고 멀쩡한 절들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절에서 가장 존경받는 스님은 수행스님이요,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스님들은 주지스님이다’란 말을 내가 잘 아는 어느 주지스님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 말의 뜻을 귀담아 듣지 않고 심상하게 흘려들었다. 요즘 와서 ‘왜?’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어느 절 49제때 있었던 황당한 이야기다.
부처님을 열심히 믿는 착한 어느 어머니 아들이 갑자기 과로로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 어머니는 아들을 응급실에 눕혀놓고 얼른 당신이 다니는 절을 찾아 주지스님을 만났다. 주지스님은 오늘밤 당장 큰 불공을 드려야 아들을 살릴 수 있다고 하였다.
그 어머니는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주지스님 말씀대로 달라는 대로 돈을 드리고 밤새도록 부처님께 불공을 드렸다. 하지만 불공이 끝나는 대로 병원에 달려와보니 그렇게 밤새껏 빌었던 아들은 이미 운명해 있었다.
그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장례가 끝나는 대로 49제를 지내기 위하여 다시 그 절을 찾아갔다. 턱없이 많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작고 조용한 절을 찾아 택했다. 49제를 지내는 비용은 절마다 그 액수가 달랐다. 같은 절 안에서도 그 액수에 맞춰서 불공을 드린다고 하였다. 부처님은 한분인데 드는 비용은 각각이었다.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라 하였다. 그 어머니는 그 중간쯤 가격을 정하여 보살님이라고 하는 50대로 보이는 여자사무장 보살님께 돈을 드리고 49제 계약을 하였다.
첫 번째 제사 때는 아들 영정을 차마 볼 수 없어 가지 않았다. 두 번째 제사 때갔다. 아들 영정 앞에 올린 과일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이상하였다. 제가 끝나고 과일들을 달라고 하여 집에 가지고 와서 보니 모두 썩은 과일들이었다.
겨울철인데 이렇게까지 썩고 말라 삐뚤어지려면 이 과일들이 이 절에 온 후 5개월쯤 됐을 것이고 맨 먼저 중앙에 모신 큰 불상 앞에 오랫동안 올렸다가 내려서 주위에 있는 작은 불상 앞에 올렸다 다시 내려서 49제 불공이 생길 때 마다 다시 쓰고 다시 쓰고 30회 이상 올렸다 내렸다 하지 않고는 그렇게 상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그 어머니는 슬픔도 싹 사라지고 분노로 돌변했다. 하도 기가 막혀 썩은 과일들을 상위에 나란히 올려놓고 사진을 찍은 후 이튿날 아침 새벽에 깨끗한 종이 가방에 그 과일들을 담고 주지스님을 찾아갔다.
주지스님 앞에 가지고 간 썩은 과일들을 꺼내놓고 주지스님 보는 앞에서 손가락으로 썩은 곳을 푹푹 찔러 구멍을 보이며 그 어머니는 통곡을 하였다.
“새파란 청춘에 사회에 봉사하다 과로로 쓰러져 죽은 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썩은 과일을 올리다니, 아이고, 아이고….”
주지스님은 난감하여 몸 둘 바를 몰랐다.
주지스님은 제정을 총괄하는 보살 사무장을 불러 호통을 쳤고 사무장 보살은 잘못을 빌었다.
‘보살이라 함은 위로 부처님을 따르고 아래로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에 버금가는 성인을 말한다.’ 이절에 일 보는 보살이라는 그 여자는 보살과는 거리가 한창 먼 ‘지옥 불에 타 죽어도 시원치 않은 돈에 눈 먼 악마였다.
과일값은 챙기고 썩은 과일들을 성스러운 법당 안 젯상 위에 올려놓고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천수보살, 석가모니불…, 부처님께 비옵니다. 극락왕생 비옵니다….하고 빌었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어머니는 지금도 그 여자 보살 이 부처님께 비는 목소리가 귓전에 너무 쟁쟁하게 들린다고 하였다.
이런 일이 어디 그 절 뿐이며 그 어머니일 뿐이겠는가? 어쩌다가 그 어머니에게 딱 걸린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부처님께서 그 어머니 눈을 통하여 절을 바로 잡으려고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물론 절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절에 보살 아닌 못된 보살님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절 사정이 힘들어도 부처님을 속여서 돈을 버는 절이 되어서는 절대 아니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주지스님이 시켜서 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어리석은 ‘보살’이라는 사무장이 한 행동일지라도 그 책임은 어디까지나 절을 관리하는 주지스님에게 있는 것이다.
나도 부처님을 좋아하는 중생인 한 인간으로서 부처님께 한량없이 부끄럽고 죄송하여 감히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
2011. 5. 10. 부처님오신날에
소설가·평론가 고 길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