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문화 세계화의 길
“신중한 산업단지 조성을”
해녀문화 세계화의 길
‘부지런함과 억척스러움, 그리고 근검절약’, 전래의 제주여성의 특성을 말할 때 주저 없이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의 중심에 해녀가 있다.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 까지 거친 바다에서, 또는 조악한 밭에서 일구어 온 강인한 생활력, 안 쓰고 안 먹으며 절약으로 자녀를 키우고 가정경제를 이끌어온 억척생활과 남에게 의존하지 않은 독립심은 바로 제주여성을 대표하는 ‘해녀정신’이다.
제주 여성만이 갖고 내려온 이러한 해녀정신이 오늘의 제주를 있게 한 정신적 자양분이다. 그래서 제주해녀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제주의 가치이자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제주의 해녀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하여 전승하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도는 최근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5개년 기본계획’을 세운다고 밝혔다.
도는 세계적으로 희소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인 제주해녀들의 나잠 기술, 어로민속 지식, 신앙, 노동요, 작업도구와 공동체 습속(習俗) 등을 체계적으로 발굴하여 보존 전승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도는 이를 위해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제주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위원회’를 구성하고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 등 제주해녀문화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기로 했다.
도의 이러한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5개년 기본계획 수립과 사업 추진은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녀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고령화로 언제 해녀의 대(代)가 끊어질지 모른 상황에서 해녀에 관한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당대에 살아 있는 제주사람들의 시대적 소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 당국의 이러한 사명의식이 그저 한번 해보는 이벤트성 행정 습관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지나간 도정에서도 해녀문화 전승 사업추진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업계획은 발표만 거창했지 흐지부지 돼버리기 일쑤였던 것이 우리가 경험했던 도정의 행정행위였다.
이번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5개년 계획으로 포장된 ‘해녀문화 세계화의 길’도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돼서 하는 소리다.
“신중한 산업단지 조성을”
2014년을 준공 목표로 한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도는 22일 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하여 80만㎡규모의 가칭 ‘제주녹색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는 식품, 한방 등 향토자원 제조와 첨단 기술을 보유한 신 성장 기업들이 입주하여 도의 수출 1조원 시대를 견인하게 될 인프라 시설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 조성될 제주녹색 산업단지는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제주첨단 과학기술단지와는 기능면에서 차별화된 산업단지로 제주 제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산업단지 조성이 제주상품의 해외시장 개척 전진기지로서 제주수출산업 발전에 활기찬 추진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연구를 통해 추진방향의 적합성, 적지성, 효율성을 분석한 후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제주에서는 무슨 무슨 공업단지, 농공단지, 농업단지, 축산단지 등 조성됐었으나 효용기대치에서 성공한 예가 없었다. 아까운 예산만 투입됐지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도가 계획하고 있는 이른바 ‘제주녹색산업단지’ 조성도 단지 지사 공약사항 이행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교훈이나 다름없다. 행정의 신뢰는 거창한 계획에서 보다 작은 실천에서 싹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