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도서관 고품격 독서아카데미를 마치며....

2011-05-15     조 명 진


한라도서관에서 개설한 “고품격 독서아카데미” 강연을 들었던 지난 5주간은 제게 참으로 풍요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제주 학부모가 된지 2년째를 맞이한 저는 대도시의 과열된 사교육 열풍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이곳의 교육적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가 그러하듯이 저 또한 “독서”의 중요성은 너무도 잘 알고 있던 터라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주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겠다는 다부진 포부 하나만은 쭉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이러한 소신을 잘 지켜왔다는 자부심도 살짝 있었지요. 하지만 이가령 선생님, 나명희 선생님의 강의는 매 시간 저를 참 겸손하게 만드셨습니다. ‘엄마의 어설픈 관심과 욕심이 그동안 내 아이의 글쓰기를 방해해 왔구나’라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겁니다. 특히, 책을 읽어줄 때 아이가 “즐거우라고” 읽어줘야지, “똑똑해지라고”읽어주면 읽기가 재미없어진다는 말씀이 어찌나 제 마음을 찔리게 하던지.... 엄마의 흑심(?)으로 인해 우리 자녀들은 점점 책읽기를 ‘놀이’가 아닌 ‘숙제’로 느껴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과 위주의 교육으로 지친 우리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말이죠.
‘논술’ 역시 너무나 본질에서 빗나간 상업적인 전술에 흔들림 없이 ‘독서’와 ‘글쓰기’의 기본기 위에 꾸준히 즐겁게 하다보면, 따로 준비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는 바를 써내려 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마음의 큰 짐 하나를 덜어낸 느낌이었습니다.
‘시’를 부담스러워하던 2학년짜리 아들에게 ‘시쓰기’의 즐거움도 잠깐이나마 맛보여주며 ‘희망’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제주지역 대표도서관으로서 도내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최고의 독서전문가를 초청하여 차별화된 독서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제주시 이도2동 조 명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