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변 따라 걷는 오라올레
올레란 집 대문에서 마을길까지 이어주는 좁은 길을 말한다. 올레를 벗어난 마을길은 질레라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올레로 통용되고 있다. 참살이 시대풍조에 맞춰 광풍처럼 번지는 올레걷기 열풍은 이제 일상의 보편적 영역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 같다. 색다른 풍광을 보고 즐기며, 그 지방의 토속문화에 접할 수 있는 여행의 묘미와 건강수단이 결합된 올레걷기. 느림의 미학은 찌든 삶에 지친 잿빛도시 사람들에겐 더욱 진가가 있을 터.
올레는 긴 인생여정에 도심과 자연, 내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이다. 아름다운 섬 제주를 한 바퀴 도는 20여개의 올레코스는 저마다의 독특함이 있다. 구불구불한 돌담과 곶자왈, 오름과 바다, 오밀조밀한 해안선과 광활한 산간지대를 연결하며, 천혜의 신비스런 풍광을 연출한다. 어디 자연절경뿐이랴. 돌담길 따라 걷는 좁은 올레 길에는 제주의 고유문화가 있고 돌담의 미학이 있다.
근래에 하천변 숲을 따라 걷는 또 하나의 올레가 개설되었다. 빼어난 절경은 아니어도 태고의 신비가 간직된 오라올레가 그 곳이다. 오라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개설했으며 일부구간이 아직은 미완성이다. 오라마을은 제주시가지중심 남쪽의 산간 지대에 산재해 있다. 태곳적 지구가 생성될 때 화산용암분출로 쇄설물이 흘렀던 한천이 오라마을을 가로지른다.
정부합동청사 인근 이 하천본류에 가설된 고지교라는 다리가 있는데, 다리 밑 하천에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설문대할망 족두리, 족감석이 있다. 이 왕석은 지난 나리태풍에 상류에서 이곳까지 밀려왔다고 하는데, 엄청난 태풍의 위력을 과히 짐작케 한다. 오라올레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에서 한천본류를 따라 5km 남쪽, 방선문(訪仙門)계곡까지이다. 방선문은 경관이 빼어나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라는 전설이 계곡이다.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천변올레 길엔 장송(長松)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장송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잡관목이 어우러져 올레 길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한여름에도 얼굴을 그을릴 걱정이 없는 완연한 숲 그 자태이다. 하천에는 다람쥐 굴이라는 괴석과 묵직한 형상의 기암, 청수(淸水)가 만수(滿水)를 이룬 소(沼)가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소의 명경지수는 오가는 올레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영겁의 세월, 엄청난 유수를 바다로 흘려보낸 한천, 지구생성의 역사적 흔적을 본다.
도심인근의 대자연과 도심의 오늘이 공존하는 곳. 이 올레는 출발점에서 숲길 따라 3km쯤 이어지는데, 방선문까지는 이 하천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하천에 고인 물과 암석사이로 가는 험로여서 계속 갈 수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레가 방선문까지 이어지면 도심 속의 명소올레가 될 것이다.
제주 4·3사업소장 문 익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