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보다 무서운 中毒性

2004-12-29     김덕남 대기자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덧셈과 뺄셈을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1+2+3+4+5의 합은 얼마냐”고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물었다.
한 어린이가 손을 번쩍들고 일어섰다. “15입니다”. 당당하게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맞았어요. 참 잘했어요”. 선생님의 칭찬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어린이가 반박하듯 일어섰다.

“틀렸습니다. 답은 2ㆍ3ㆍ5   짓고 4삥 입니다”. 선생님의 표정이 궁금하다.
남을 웃기려고 지어낸 우스갯 소리지만 그냥 웃고 넘기기엔 뭔가 찜찜한 느낌이다.
‘4삥’이라고 말했던 어린이의 당돌함 속에는 그 어린이의 가정분위기가 베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부모중 적어도 한 쪽은 직업적 노름꾼이거나 노름 중독자일 지도 모른다. 부모가 모구 도박에 미쳐 있을 수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의 산술(算術)은 당연히 도박적(?)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도박의 역사는 기원전 16세기경이라는 설이 있다. 이집트에서는 이때 ‘타우ㆍ세나트'라는 도박이 성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함께 도박의 종류와 방법도 다양하게 변천해왔다.

제비뽑기나 주사위에서부터 투호ㆍ화투ㆍ골패ㆍ트럼프ㆍ마작ㆍ장기ㆍ바둑 등 소일거리의 유희가 지나쳐 도박으로 둔갑했다.
카지노 등 다양한 도박기계도 등장했으며 복권.경마.경륜처럼 공인된 도박도 많다.
그러나 도박은 그가 갖고 있는 유희성보다는 깊이 빠져버릴 때 나타나는 타락을 부채질 하는 중독성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백제기(百濟記)에는 “백제 개로왕때 고구려의 간첩승 도림(道琳)은 바둑을 좋아하는 왕에게 접근하여 왕과 바둑을 두며 국사를 돌보지 않게 하여 나라를 망치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도박의 중독성을 일깨우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중독성을 갖는 것은 도박만이 아니다. 술ㆍ담배ㆍ마약도 그렇다. 탐닉하다보면 몸도 마음도 마취되고 망가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도박보다 더 크고 위험한 중독성은 자기 아집에 취해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정을 이끄는데 있어, 사회를 경륜하는데, 나라를 다스리는데, 귀는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을 떠도 보지 못하고 외곬으로 내 고집에만 취해 비틀거리는 현상.
이런류의 아집이 독을 품어 가정이든, 사회든, 나라든 도박의 중독성보다 더 크고 위험한 상태에 빠진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을 것이다. 하도 세상이 어수선해서 나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