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인공심장시대 열리나
보조인공심장 이식 송아지 국내 최초 6일째 생존
제주대 수의대팀 성과...말기 심장병 치료 청신호
보조인공심장을 체내에 이식한 송아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6일째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심장 자체를 수술하지 않고도 보조인공심장 이식을 통해 말기 심장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인공심장시대’가 열릴 지 주목된다.
제주대학교 수의대팀(이경갑.정종태 교수, 민병구 명예교수)은 부천 순천향병원 원용순 교수와 함께 지난 22일 제주대 동물병원에서 생후 2개월 된 수컷 송아지에 ‘바나나 바드(BananaVAD)’라는 보조인공심장을 이식했으며, 이 수술을 받은 송아지는 현재까지 6일째 건강한 상태라고 28일 밝혔다.
보조인공심장을 이식한 송아지가 5일 이상 생존하기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4일을 버틴 게 최고 기록이었다.
보조인공심장은 좌심방과 대동맥 혈관 사이에서 좌심실의 기능을 보조하는 장치로, 환자의 본래 심장과 함께 혈액을 방출해 궁극적으로 심장의 회복을 돕는 의료기기다.
또 심장 자체를 대체해야 하는 인공심장 수술과는 달리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이식할 수 있는 점, 본래 심장이 회복되면 언제든지 떼어낼 수 있다는 점이 보조인공심장의 장점이다.
제주대 인공심장BT센터와 강원대 최성욱 교수, 서울대 의공학연구소 이정찬 박사가 공동 제작한 보조인공심장인 ‘바나나 바드’는 현재 국내와 미국에 특허 출원 중이다.
이들은 말기 심장병의 새로운 치료법인 일명 ‘한국형 보조인공심장’ 기술을 10여년간 연구해 왔다.
말기 심장병은 암과 비슷한 수준의 사망률을 보이는 심각한 질환이나 국내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수의대팀은 향후 2년간 식약청과 검증병원의 임상시험 등을 거쳐 보조인공심장 기술을 상품화할 계획이다.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면 실제 말기 심장병 환자 치료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대 이경갑 교수는 “외국에서는 보조인공심장을 개발하는 사례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그 사례가 거의 드물다”며 “송아지가 1주 정도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주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조인공심장 개발이 성공한다면 외국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가 가능해 심장질환을 가진 외국인 환자 유치는 물론 제주 의료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