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사재기현장을 보면서

2011-04-20     양부임

 


 우리사회가 술렁인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려 갈팡질팡하는 게 재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지진과 함께 원전사고로 대재앙을 맞이한 일본국민은, 참혹한 현장에서도 정부를 믿고 질서를 지키며 인내심으로 복구해 가는 모습이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이웃의 불행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우리의 원전에 이상이 없나를 살피며 잠재적 위험에 대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시점인데도, 마치 우리가 방사성물질에 오염되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같이 수다를 떠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원전사고의 여파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방사성물질에 피폭부작용을 최소화 하는데 요오드성분이 함유된 식품섭취가 좋다고 하자, 미역과 다시마, 김 등을 사재기 하며 가격을 올려놓았고 소금사재기 열풍까지 한반도를 달군다.
 소금사재기 열풍은 먼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중국인들이 천일염에 미네랄과 요오드성분이 들어있다고 하며 불티난 소금사재기 모습이 인터넷을 달구더니 덩달아서 대한민국주부들이 따라나섰다. 그 바람에 천일염20kg이 5만원까지 치솟았고, 그마저도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천일염 품귀현상을 빗고 있다. 창고에 1-3년 묵은 채로 있던 천일염 재고량마저 바닥이 났고 햇소금까지 사재기를 한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방사성물질 오염수를 마땅히 처리할 곳이 없게 된 일본이 방사성물질을 바다로 흘려보내면서 바다는 오염되고, 오염된 바닷물로는 소금을 만들 수 없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소금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일본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물질이 섞인 바닷물이 태평양을 돌아 우리나라 해역까지 흘러들어오려면 3년가량 걸린다는데, 3년 후에 희석된 바닷물에는 방사성물질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또한 소금을 가지고 체내의 방사능물질을 해독하려면 매일 하루 3kg의 소금을 섭취해야 된다면서 소금으로 방사성물질을 해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우리는 믿지 못하고 소금까지 사재기를 하고 있다. 외국인이 우리를 보는 시각을 의식한다면 우리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는 후진국 형 나쁜 폐단은 고쳐야 될 것 같다. 
 한국인이 정부에 대한 불신과 사회질서의 혼잡현상을 보면 OECD에 가입된  나라라고 보기엔 너무나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얼마나 낯 뜨겁고 부끄러운 일인가.
 선진국의 바로미터는 국민소득과 경제력만으로 저울질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를 비롯해서 시민의식 등의 선진국을 결정하는 요소들이다. 후진국과 대조되는 점은 사회질서가 잘 잡혀있으며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 있고,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죽어도 혼자만 살아남겠다는 국민의식이 잠재적으로 깔려있는 사회는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남들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되어 죽어 가는데 자기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가당치나 한지 다시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 사람은 사회적동물이란 기본개념도 잊은 듯하다.

 사재기와 상반되는 말이 ‘나눔’이라고 생각한다.
 나눔은 자신의 필요를 절약한 후 남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블에는 금식할 것을 권면하면서 자신을 위한 금식이 아닌 남을 위해 금식을 행하면 공의가 펼쳐지고 광명의 빛이 비쳐진다고 했다. 금식은 세상의 멍에와 압제에서 자유롭게 하며, 금식을 통해 남은 것을 가지고 주린 자들을 배불리게 하고,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들에게 옷을 입히라고 하였다.
 일본이 겪는 자연재해와 방사성물질 누출사건의 교훈은 우리사회에 도덕적 이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공공선이며, 무엇이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인가를 되묻고 있다.
 우리에겐 우리의 삶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모두가 자신보다 이웃과 나라를 위해 금식할 자세를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 고 생각한다.
 선민들이 모여 사는 나라, 몽상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회복지사 양 부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