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죄 성립되나, 안 되나
경찰 '체포이유' 등 말하지 않은 도박 피의자 도주시
2011-04-10 김광호
법원은 법률이 정한 형식적 요건을 갖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체포하지 않으면 도망한 행위가 도주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반면에 검찰은 “‘도주죄의 주체인 ’법률에 의해 체포된 자’라 함은 현실적인 체포상태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며 “아직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기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체포상태에 있는 자는 이 ‘법률에 의해 체포된 자’로서 도망하면 도주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오현규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도박개장, 도주 혐의로 기소된 강 모 피고인(55)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같은 이유를 들어 “도주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강 씨는 지난 해 9월23일 오후 3시50분께 서귀포시 모 농장내 도박현장에 경찰관들이 들이닥치자 돈 등이 든 가방 2개를 들고 근처 밭으로 약 200m 도망하다가 근처 풀숲에 가방을 숨긴 후 쫓아온 경찰관에게 붙잡혀 수갑이 체워졌다.
그러나 강 씨는 경찰관이 가방을 찾느라고 미처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지 못하는 사이에 수갑을 찬 채 달아나 도주 혐의가추가됐다.
재판부는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강 피고인은 아직 법률이 정한 형식적 요건을 갖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체포되지 않아 형법 제145조 제1항에서 말하는 ‘법률에 의해 체포 또는 구금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며 “도망한 행위가 도주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도박꾼들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전주’ 역할을 한 강 씨의 도박개장 혐의에 대해선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도박개장 및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또 다른 강 모 피고인(56)에게도 “형이 무겁다”며 원심을 파기, 징역 10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