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채소와 야채
구제역이 경제와 사회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육식위주로 변해가는 식생활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종교계에서 범국민 식생활 개선 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의미이며 채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시점 인 듯하다. 그런데, 음식점이나 시장에 나가면 채소를 야채라고 부르는 경향이 많아 원예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야채와 채소’의 용어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야채는 들에서 자라나는 나물, 채소는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채소(菜蔬)는 나물을 뜻하는 채(菜)와 소(蔬)가 결합한 한자어이다. 야채(野菜)는 들을 뜻하는 야(野)와 나물을 뜻하는 채가 합쳐진 말로서 들에서 나는 나물이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채소보다 야채라는 용어가 더 자주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야채라는 말이 산채(山菜)에 대한 대비되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진정한 의미에서 야채는 우리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옛날부터 기록들을 보면 한국·중국·일본이 채소, 소채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왔다. 그러다가 일본에서는 상용한자를 제정하면서 어려운 蔬자를 제외하게 되었고 일본에서 채소를 野菜(야사이 やさい)라고 쓰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모르게 야채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채소는 사람이 직접 가꾼 것만 말하고, 비 재배 식물은 채소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써 온 ‘채소’란 말을 버리고 일본식 한자 이름인 ‘야채’로 부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가정과 식당, 시장에서도 채소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더 나아가 진정한 우리말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남새, 푸성귀 등 순우리말로 사용해도 좋겠다.
청정한 자연환경으로 제주지역 채소가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채소는 우리 몸에서 위염을 억제하고,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며, 발암 물질로 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며, 간의 독소를 제거하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채소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며 또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식품이다. 집집마다 텃밭을 아름답게 가꾸고, 아파트 베란다에도 이러한 고마운 채소를 많이 심고, 자주 먹어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권장해 본다.
서부농업기술센터원예작물과장 허 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