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만 키워버린 ‘의결안’ 처리
제주지하수 관리 구멍 뚫렸다
갈등만 키워버린 ‘의결안’ 처리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지난 15일 제주도의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강정해안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 의결에 대한 취소 의결안’이 처리되면서 해군기지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에서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날 이미 8대 도의회에서 의결돼 공사가 진행 중인 ‘강정해안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 의결 취소 의결안’을 의결했다. 1년3개월 전에 도의회를 통과해서 공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무력화 시켜 버린 것이다.
이러한 도의회의 행태에 대한 적법성 시비나 실효성 여부에 관계없이 이는 제주해군기지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도의회가 앞장서 갈등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동의의결취소 의결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소속 도의회 의장 등의 ‘소신 없는 눈치보기식 의정 활동’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대림 의장은 의결안 처리 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군기지는 반대하지 않으면서 해군기지 공사는 발목을 잡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나 다름없다.
또 있다. 문의장 등은 ‘동의 의결 취소 의결안’ 처리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서 해군이나 정부측의 무성의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런데 도의회의결 하루 전인 14일 도는 도의회와의 정책협의회에서 “금명간 해군참모총장이 제주를 방문해 유감을 표하고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며 국무총리도 제주에 내려와 정부차원의 확고한 지원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러한 정부 입장표명 때까지 기다려 볼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전격적으로 의결안을 처리해버렸다. 정부의 무성의를 탓했던 것은 한번 해본 소리라는 사실만 드러낸 것이다.
사실 해군참모총장은 18일 도의회와 도를 방문해 유감을 표하고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도민의견 수렴과 적극적 지원의지를 밝혔다.
이로 미뤄 이번의 민주당 주도 의결안 처리는 해군기지 갈등해소가 아니라 도의회가 앞장서 가뜩이나 꼬인 해군기지 해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제주지하수 관리 구멍 뚫렸다
제주의 지하수는 제주의 생명수다. 도민은 물론 제주의 동식물이나 산천초목이 여기에 의지해서 생존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의 지하수는 사익을 위한 자원이 아니다. 공공재다. 제주지하수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상의 공개념적 관리를 뛰어넘어 공공자원으로 규정하는 공수개념으로 파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의 이익 이전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하수를 보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주지하수가 특정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하수 공개념을 무력화시키고 사익을 위해 이용해 먹겠다는 발상이다.
최근 제주지하수를 뽑아 먹는 샘물로 활용하고 있는 한진그룹 계열의 한국공항(주)는 취수량을 월 3000톤에서 9000톤으로 변경하는 ‘먹는 샘물 취수량 증량 영향 조사서’를 도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 16일 지하수 관리위원회를 열어 조건부 동의를 했다고 한다. “월 9000톤을 뽑아 쓰더라도 지하수위 변화가 미미할 것"라는 이유에서다.
이유가 어디에 있건 제주지하수 보전과 관리에 앞장서야 할 도 지하수 관리위원회가 지하수의 공개념을 붕괴시키는 데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앞으로도 특정 개인 또는 특정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제주지하수를 먹는 샘물로 팔겠다고 나설 경우 같은 이유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양이 앞에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