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그리기는 일종의 ‘해방’”
웨르너 삿세, 제주 첫 개인전 <풍경-추상>...19일부터 4월9일까지 제주 갤러리노리서 열려
2011-03-16 고안석
2010년 10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제주돌문화공원에서 ‘홍신자 시집가는 날’이란 이름의 공연 형식 전통 혼례가 열렸다.
이 혼례 주인공은 한국현대무용가 홍신자씨와 독인 출신 한국학자이자 수묵화가인 웨르너 삿세(Werner Sasse) 한양대 석좌교수. 이 둘의 혼례는 제주인들과 제주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한국학자로서 한국의 한옥에 살며 한국의 문화 연구를 비롯해 수묵화가로서 남다른 예술성을 화폭에 담고 있는 웨르너 삿세씨가 제주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회는 <풍경-추상>이라는 이름으로 19일부터 4월9일까지 제주 갤러리노리에서 열리게 되는데, 전시회 오프닝 당일 웨르너 삿세 작가의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다. 또한 수묵화 40여점도 선보인다.
파란 눈의 독일인으로 태어난 웨르너 삿세 화백은 독일인 최초의 한국학자로 40년 이상 한국과 인연을 맺어오다 2006년 한국으로 이주했다.
유럽한국학협회(AKSE) 회장을 지냈으며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독일어로 처음 번역하기도 했다. 또한 오늘날 동양화 작가들조차 망각한 ‘동양 산수화’라는 고유한 예술 장르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예술적 가치인 담담함을 그의 작품 속에서 구현하고 있다.
유연하고 담담한 먹 선과 절제된 채색은 전통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통해 이를 철저히 내재시켜 본질을 꾀하고자 한 그의 태도를 느끼게 한다. 동양화에서 담담하게 비워내어 여백의 미를 나타내고자 했던 방식을 체화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해 낸다는 것은 한국인들에게도 감동과 경의를 갖게 한다.
삿세 교수는 20살 무렵부터 그림을 그렸으며 61년 독일 하노버 린던 미술회 공동전시에 참가한 후 붓을 잡고 자기만의 세계를 종이 위에 펼쳐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독일 학생들에게 시조 해석이나 세종대왕을 소개하는 등 한국학자로서 강의를 했으며, 나머지 시간에는 새까만 먹물로 하얀 한지에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담아내 왔다.
이미 한국에서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제자인 독일에서 귀화한 빈도림씨와 함께 담양 달뫼미술관에서 첫 전시회 ‘화’를 열기도 했다.
까만 먹물과 약간의 수채물감을 이용한 그의 그림은 하얀 여백이 잘 나타나는 풍경화가 주를 이루는데 삿세 화백은 자신의 그림 그리기를 ‘해방’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