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부 싸움의 룰(rule)!

2011-03-13     문영철

아래층에서 문을 쾅쾅 여닫는 소리와 함께 어른들의 악쓰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어린 아이의 자지러질듯한 울음소리가 이어진다. 우리 큰 아이와 같은 또래의 갓 두돌된 아이라고 아내가 이야기한다. 솔직히 여느 부부가 한 번의 싸움 없이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은데 새벽녘에 종종 들리는 문소리와 아래층 아이의 울음소리는 같은 아이를 둔 부모로써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우리 부부도 큰 아이가 뭣 모를 거라 여겼던 시기까지는 큰 목소리가 오가는 싸움을 했었다.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참고 말면 곧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비슷한 성격의 우리 부부는 서로 자기의 생각을 고집하고 이해받지 못했다는 마음에 상대방에게 서운함이 가득하여 싸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러던 싸움이 말 못하는 아이가 울고 자다가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방식을 달리하게 되었다. 백지처럼 깨끗하고 티 없이 여린 아이가 무슨 죄인지...... 암암리에 아이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싸움의 룰이 생긴 것이다.
부부사이가 나빠도 아이들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대(U.C)의 조안 켈리 박사팀이 최근 미국 아동 및 청소년 심리학회지 8월호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0년에 걸쳐 부부간 충돌과 이혼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조사한 결과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끊임없이 다투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혼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덜 상처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싸움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감정 조절 능력이 많이 떨어지고 행동장애는 물론 반사회적 행동, 우울, 학교부적응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그리고 여성 가족부에서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청소년쉼터를 이용하는 가출청소년들의 가출 사유는 대체로 가정갈등과 가족해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귀가를 원하지 않거나(또는 할 수 없거나), 반복 가출과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최초 가출  연령 또한 점차 낮아지는 추세로 조사되었다.
부부싸움 속에 자란 아이는 실제로 옷에 대변을 본다거나 손톱 물어 뜯기,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교우관계에서도 폭력적으로 변하는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또한 부부싸움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키가 크지 않는 등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부부는 싸움이 생길 것 같은 상황에서 한 명이 피하여 밖으로 나가고 문자 메시지로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다한다. 물론 격한 내용의 표현부터 서로 이해를 구하는 말까지 화가 풀릴 때까지 수시로 보낸다. 문자 메시지 사용 요금이 많이 나오겠지만 그러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진 상태로 아이들 앞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살아가는데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싸움도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하고 그것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중의 하나이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부모로서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서귀포경찰서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 문 영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