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렌지군단’ 제주, 올해도 날아오른다

2011-02-15     고안석
2010년 제주유나이티드는 그야말로 K-리그의 ‘돌풍의 핵’이었다. 전년도 14위에서 2위로 수직상승하며 성적표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17승8무3패 승점 59점이 2010년 제주의 성적이었다.
리그경기에서 하위권 팀이 이렇게 2위로 치고 올라간 사례는 세계축구사에 거의 없는 일이다. 그만큼 대단한 일을 제주가 해낸 것이다.
그래서 올 시즌이 더욱 기대가 된다.
제주는 올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서게 된다. 리그와 컵대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는 알토란같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략을 보강했다.
매서운 공격수 신영록, 강수일을 공격 옵션으로 선택했고 브라질 공격수 자일을 데려오면서 김은중을 축으로 공격력을 배가시켰다. 공격력 보강 뿐만 아니라 탄탄한 수비라인을 구축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제주는 베테랑 왼쪽 풀백 최원권을 영입하며 홍정호와 함께 제주의 뒷문 단속에 힘을 불어넣었다.
올시즌 제주 목표는 일단 리그 6강 진입이다. 작년 2위 한 팀 치고는 소박하다. 박경훈 감독이 가지고 있는 올해 희망 목표다.
하지만 제주가 작년과 같은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그 목표는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 선수들을 자신의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수들 속에 녹아들었던 박경훈식 리더십은 그야말로 세간의 화제였다.
‘칭찬하면 고래도 춤춘다’는 말이 있듯 박 감독은 늘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선수들을 대해왔고 대하고 있다. 이 칭찬의 기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훈련이 즐거워 단내나도록 힘든 훈련시간이 기다려진다는 선수들의 말 속에는 감독에 대한 무한 애정이 묻어난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훈련장에는 훈련에 힘들어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어린시절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허물없이 공차기를 즐겼던 아련한 추억의 장면들이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이렇게 제주 선수들에게 훈련은 훈련이 아니다. 그저 즐거운 놀이다.
“잘한다” “좋았어” “조금만 하면 되겠다” “한번 더 하면 나아지겠어” 이런 말들은 선수들의 봉인된 잠재력을 일깨워 준다. 박 감독은 이런 식으로 선수들 개개인의 잠재력을 끄집어 내는 일을 하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과 면담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질 계획이란다. 선수들의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알아내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이다. 그 속에서 선수가 가진 잠재력을 감독 자신이 먼저 알아내고 맞춤 학습법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너는 이런 부분이 좋으니 이렇게 해”가 아닌 “너는 이런 부분이 좋으니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어” 선수들과의 소통의 문제에 있어 감독의 권위는 없다. 그저 선수도 사람이기에 의견을 존중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 그걸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는 게 감독의 소임이라고 박 감독은 생각한다. 그러기에 애초부터 권위는 있을 수 없고, 강요도 희생도 없다.
선수도 관중도 즐거운 축구를 하는 것. 박경훈이란 사람이 추구하는 축구다. 훈련시간이 즐거워 훈련 자체를 즐기는 선수들, 권위란 옷을 벗어던지고 선수들의 고충을 일일이 어루만져주는 아버지같은 감독이 있기에 제주는 올시즌 또 다른 도전을 꿈꾼다.
경기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뿐이다. 그렇게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제주가 올해 리그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떤 도전을 펼치고 어떤 결과를 일궈낼지 지금부터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