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패거리 공직 인사의 폐해

2011-01-24     김덕남

패거리 공직 인사의 폐해

발가벗겨지는 공직 후보들

 ‘청렴은 백성을 다스리는 자의 기본 임무(廉者, 牧之本務)‘라 했다. 그러기에 다산(茶山)은 또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을 다스릴 능력이 없는 자(不廉而 能牧者)’라고도 했다.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다. 공직자의 청렴의무를 강조한 말이다.
 능력이나 도덕성이나 명성을 두루 갖추었다는 소위 이 시대의 잘나가는 사람들, 그래서 총리나 장관으로 지명된 공직후보자들이 발가벗겨지고 수모를 당하는 국회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교훈이다.
 중계되는 국회 인사청문회만 봤을 때는 이 나라에는 공직을 맡을만한 ‘청렴인사‘는 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인사청문회 도입 후 지금까지 공직후보자로 지명됐던 사람 중 누구도 도덕성 검증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뇌물 비리 연루 의혹,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불법 재산 증식, 스폰서 검사 의혹 등으로 망신을 당하면서도 한 자리 하겠다고 구차한 변명과 온갖 궤변을 동원해 치부를 가리려다 낙마한 인사가 한 둘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인사 청문요청 인사 60명 중 7명이 낙마했다. 최근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포함하면 8명이다.

私的연줄로 공적 기능훼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통령 잘못이 크다. 사람을 제대로 골라 쓸 줄 몰랐기 때문이다. 도덕성이나 능력 또는 자질에 관계없이 측근만을 기용하는 인사스타일이어서 그렇다. 공적 기능을 사적 연줄로 얽어매려는 데서 비롯됐다.
 그동안 있었던 개각이나 주요보직 인사를 두고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영포라인’이니 하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윗물이 고와야 아랫물도 곱다’는 속담을 긍정한다면 청렴한 공직 후보자를 찾지 못한다는 것은 인사권자 역시 청렴한 곳에서 놀지 못했다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인사에 관한한 이 대통령은 무능하고 분별력이 없어 보인다. 공기놀이 하듯 손바닥 안에서만 사람을 고르다보니 그렇다. 그래서 ‘회전문 인사’나 ‘돌려막기 인사’는 대통령의 발명특허가 되어버렸다.
 ‘위정자는 돼지를 잡아 요리할 때는 반드시 뛰어난 요리사를 쓰고 옷을 지어 입을 때는 가장 솜씨 좋은 바느질꾼을 골라 쓴다’고 했다. 묵자(墨子)의 말이다. 나라의 인재를 구함에 있어 신분이나 용모 따위를 가리지 말고 능력위주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돼지를 잡고 옷을 만들 때도 최고의 능력자를 골라 쓰는 데 하물며 나라를 경영하는 일에서야 더 할 말이 있겠는가.

한계에 다다른 道政인사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룩하자 ‘히딩크식 인사 스타일’이 공직 인사분위기에 자극을 주는 듯 했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면서 지연이나 혈연, 학연 등 이른바 연고주의를 타파하고 선수를 기용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지방선거가 있었던 해였다. 자치단체 당선자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빛을 발한 ‘히딩크 효과’에 편승해 너도 나도 ‘정실 타파, 능력 위주의 인사 원칙’을 천명했었다. 그래서 선거 줄 세우기나 공직사회 편 가르기 등 고질적 인사 관행이 타파되고 공직사회 분위기가 쇄신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만발했었다.
 일부 고위직군이나 지자체 산하 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개방형 직위 공모제’도 이러한 분위기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공직인사 쇄신은 소리만 요란한 꽹과리에 불과했다. ‘빛 좋은 개살구‘였다. 능력보다는 공개모집이라는 허울 만 쓰고 ’선거도우미’로만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공모제(公募制)’는 측근기용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1순위 후보자를 탈락시키고 후보명단에도 없는 측근들을 승진시켜 비판받는 최근 도 인사는 좋은 예다. 공정과 원칙은 간곳없었다.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만 부추겼다. 이런 패거리 인사로 공직쇄신을 말하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일 수밖에 없다. 공정과 정의는 코웃음거리 일 뿐이다.
 오죽해야 도 공무원노조가 “이런 인사는 난생 처음”이라고 힐난했겠는가. ‘포식자처럼 전리품이나 싹쓸이하는 공직인사 시스템’, 능력의 한계에 다가서는 ‘우근민 도정‘의 시그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