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런인사 난생처음’, 그 후...

2011-01-23     정흥남


우리속담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흔히 적은 양의 비가 내릴 때 대부분은 우산을 안 받쳐 들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비가 내리는 둥 마는 둥 하지만 어느새 옷이 젖어 무게감을 느끼고 체온도 급격히 내려가게 되는 것을 한 순간에 느낄 수 있다.

이 속담은 날씨에 관련된 용어이지만 서서히 작용을 나타내는 것이 한순간에 예상치 못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두고 하는 일상적인 말로 종종 쓰인다.

제주도가 올 상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사 후 나타난 공무원 개개인의 승진은 물론 직원들의 자리바꿈에 대해서도 크고 작은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이를 여느 인사 때나 있는 ‘의례행사’라고 치부하는 것 같다.

우근민 지사는 “인사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보통 70% 정도는 찜찜한 게 인사로, 앞으로는 능력중심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의 최종 결정권자로, 외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지적들에 대해 일정부문 이를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조직 화합과 거리 멀어

6년간의 야인생활을 청산하고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말 그대로 천신만고 끝에 승리한 우 지사의 대규모 공무원 인사는 지난해 취임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취임과 함께 제주도의 주요 실국장 등에 대한 인사를 실시 한 뒤 이번에 조직의 중간허리격인 과장급과 실무책임자인 사무관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6년 만에 우 지사가 복귀하면서 과거 우 지사 주변에서 지사를 보필했던 직원들의 중용은 어쩌며 자연스럽게 보일지 모른다.

우 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에나 지금에나 제주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문제로 빚어진 ‘갈등해소’를 도정의 가장 큰 현안으로 내세웠다.

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제주사회의 갈등의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제주발전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우 지사의 취임은 제주도라는 거대한 행정 조직 내에도 화합이라는 단어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이 같은 일반의 예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속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편 가르기가 더욱 심화돼 말 그대로 패거리 조직문화가 더 고착화 됐다는 혹평이 서슴없이 나돌고 있다.

서로 갈라진 입장에 처한 공무원들의 실명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피 말리는 선거전을 치르면서 지방정권을 잡은 측에서 보면 당연히 곁에 두고, 일하고 싶은 직원들이 있을 수 있고 이는 결국 집권자의 인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맘 돌린 공무원들 품어야

제주도공무원노조는 “'제사람 챙기기'가 도를 넘어선 이번 인사는 난생 처음”이라고 혹평했다.

제주사회는 구성원 전체가 지연과 학연 혈연을 토대로 비교적 ‘사람 구분’이 명확한 형태로 이뤄졌다.

이는 제주사회의 축소판이랄 수 있는 제주도라는 행정조직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제주도 정기인사에 대한 기대가 컷을 지도 모른다.

인사는 인사를 당하는 개인적 입장에서 볼 때 어쩌면 생애 최대의 기회와 시련, 그리고 좌절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공직이 평생의 직업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인사의 무게는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가슴 한편에 서운함을 품은 공무원들, 남몰래 분루를 훔치고 있을 공무원들.

이들 개개인의 감정과 불만이 쌓일 경우 그 무게는 제주도라는 조직 전체를 가랑비에 흠뻑 젖은 옷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만들 수 있다.

내 자식이 아까우면 남의 자식 또한 소중한 법이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진리처럼 굳어졌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돌린 직원들을 어우르고, 진정으로 이들을 품어 헤아리는 제주도의 통 큰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