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 경제, 官“낙관”民“글쎄”

4.3% 성장률 전망
高물가.高유가 서민.中企 체감경기 '싸늘'

2010-12-31     임성준 기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경제 전망이 밝다고 각종 수치로 제시하고 있지만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경제는 여전히 여렵다.

채소류값 등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값도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설 조짐을 보이면서 고물가 고유가로 가계 허리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올해도 내수 침체와 과당 경쟁 등을 걱정하며 경기가 작년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른 지방 구제역 확산으로 관광, 감귤, 넙치양식에 이어 4번째로 총수입 규모가 큰 양돈산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제주본부가 내놓은 경제 전망을 토대로 올해 제주 경제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관광업 호조세 둔화 전망...양돈 '예측불허'
건설업 부진 지속...고용 여건 개선 기대 이하

한국은행은 제주지역 경제가 작년 보다 4.3% 내외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5% 내외)보다는 낮은 수치다.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은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 △내수 증가세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재고가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판단 등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대외여건이 악화하면 내수가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의 핵심산업인 관광업은 2009년 하반기부터 이어 오던 호조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제주본부가 내놓은 2011년 제주 경제 전망을 보면 경제성장률은 서비스업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농수산업 호조에 힘입어 4.3%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 회복세 지속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등으로 오름세가 소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세가격 오름세에 따른 집세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사정은 서비스업의 고용창출여력 위축, 도내 기업들의 노동수요 위축 전망 등으로 내년에도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업은 민간부문의 견조한 회복세에도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공공부문의 발주물량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올해에 비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관광업 호조세 둔화 전망이 주목된다.

휴일 수 증가, 여객선 취항 확충,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관광 관련 개선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나 국내외 경제성장률 하락, 항공노선 운항횟수 정체, 국내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은 둔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지난해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한 기저효과로 2011년 중 관광객은 정체하거나 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제주본부 관계자는 "관광업의 경우 휴일 수 증가 등의 개선요인도 있지만 중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 항공좌석 공급 정체 등의 제약 요인이 더 우세할 전망"이라며 "동계 기간 중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운항횟수는 11.1% 증가하는 반면 제주노선 항공기 운항횟수 증가율은 2%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내총생산의 15.7%(2005년 기준)를 차지하는 농축수산업은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감귤은 해거리 현상으로 생산량 증가가 전망되며, 밭작물도 올해 월동채소 재배 면적 증가 등으로 기상이변이 없는 한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축산업은 한국은행이 당초 내수용 돼지고기 소비 증가에 힘입어 어미돼지 수가 증가하는 등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지만 타지방 구제역 확산 여파로 양돈과 한우 농가에 미칠 타격은 예측불허다.

수산업은 2년간 부진을 지속하던 해면어업 어획량이 최근 들어 회복되는 추세로 양식어장 증축, 친환경 인증제에 따른 수출여건 호조 등으로 양식넙치 출하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만 크게 늘 것"
소비자심리지수, 반년 후 생활형편전망 '비관적'

가계들은 수입은 줄어드는데 물가가 올라 지출은 크게 늘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제주본부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와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조사한 결과 향후 6개월 후 생활형편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낙관적인 기대, 즉 생활형편전망CSI는 전월(109)에 비해 크게 감소한 103을 기록했다.

이는 도내 가계들이 향후 가계수입은 현재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가계소비지출은 물가상승 등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수입전망CSI는 99로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기준치(100)를 밑돌아 향후 가계수입의 감소를 우려하는 가구가 증가했다.

반면 소비지출전망CSI는 전월(113)보다 큰 폭(7p) 상승한 120을 기록, 기준치(100)를 크게 웃돌았다.

의료보건비(120)와 교육비(112).의류비(107) 지출이 늘어나고 여행.외식비(93)와 교양.오락.문화비(97)는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경제상황 인식 조사에선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지난달에 비해 소폭 줄어든 가운데 향후 6개월 후의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현재경기판단CSI는 102로 전월(103)보다 소폭(1p) 하락했으며 향후경기전망CSI가 107로 전월(114)보다 큰 폭(7p)으로 하락, 올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취업기회에 대한 전망도 11월까지는 낙관적인 기대가 부정적 전망을 다소 앞섰으나 12월 들어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취업기회전망CSI는 96으로 전월(100)보다 4p 하락, 8개월만에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물가수준의 상승을 전망하는 가계의 비중도 12월 들어 3개월만에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물가수준전망CSI가 9월 144(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10월 139, 11월 132) 하락했으나 12월 들어 136을 기록, 3개월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제주본부는 "제주지역의 주요 소비자동향지수가 전국 수준을 상회하고 있어 도내 소비자들의 긍정적 심리가 전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향후 경기전망 심리지수가 전국보다 큰 폭으로 하락, 향후 경기상승세 둔화 우려에 대한 도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전국보다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소제조업 새해 경기 "올해 수준"
"신규채용 확대" 47%...'내수 침체' 걱정

중소기업들은 새해 경기가 올해 수준이거나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제주지역본부(본부장 윤봉호)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도내 중소제조업 46곳을 대상으로 새해 중소제조업 경기와 경영환경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해 경기 업황에 대해 응답 업체의 25.6%가 올해보다 "좋아질 것", 24.4%는 "나빠질 것", 50%는 "올해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매우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전혀 없어, 체감 경기가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내수경기에 대한 응답은 '좋아짐'(16.3%)보다 '나빠짐 또는 매우 나빠짐'(34.9%)이 훨씬 많았다.

수익성(채산성) 전망도 35%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25%에 그쳤다.

자금사정도 "나빠질 것"이란 응답이 30.2%로, "좋아질 것"(23.3%)이란 응답보다 많았다.

반면, 수출 경기는 "좋아질 것"이란 응답이 36.8%로, "나빠질 것"(21.1%)이란 응답보다 많아 다소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신규인력 채용은 응답업체의 46.8%가 확대할 예정이라고 답했으며, 44.4%는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국내 경제에 미칠 가장 큰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68.2%)과 '물가 상승'(6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업들은 새해 '내수침체'(58.7%), '업체 간 과당경쟁'(50%), '인건비 상승'(43.5%)을 경영 상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바라는 현안과제로 '내수경기 부양'(58.1%), '공공기관 중소기업제품 구매 확대'(48.8%), '지속적인 중기 유동성 지원'(37.2%)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