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문화
선거는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문화를 비판하는 개탄의 목소리를 터트린다. 수많은 비판 속에서도 굳건하게 선거문화는 변화를 거부한 채 혼탁하기만 하다. 그래서 정당하고 깨끗한 선거를 하는 선진국의 선거문화를 더욱 부러워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쯤 당선자와 낙선자가 웃으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는 멋진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인가?
제주대학교총장선거가 임박했다. 입후보한 출마자들의 인품이나 주요경력은 나무랄 데 없는 듯이 보인다. 유권자가 대학 내의 인원들로 제한되어 있지만 제주도민전체의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대학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우리사회의 귀감이 되는 지성인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직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직원들의 선거권 비율은 선거차수별 전임교수 유효투표수 대비 1차 투표에서 10%, 2차 7%, 3차 3%로 갖는다고 한다. 대학은 교수들만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다. 우여곡절 속에서 직원들이 일정부분 투표권을 획득한 것을 환영한다. 교직원들이 선거권을 가지면 당연히 교직원을 배려하는 정책을 소홀히 하지 않고 신중히 검토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총장선거가 다소 혼탁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우리사회에서 모범이 될 수 있는 멋진 선거를 치렀으면 하고 바란다. 총장선출규정에는 금품수수, 향응제공, 사전선거운동, 호별방문, 후보비방, 집단홍보, 여론조사 등이 금지되어있다. 선관위는 입후보자가 3회 이상 경고처분을 받을 경우 자격박탈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다른 선거 규정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을 잘 지킬 것인가 하는데 있는 것이다. 17일 제1차 공개토론회를 국제교류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하고 21일 2차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 21일 제대신문 특집호에 소견서가 실릴 예정이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자신이 가진 역량을 효율적으로 보여주고 유권자의 판단을 존중해야한다. 출마한 이상 꼭 당선이 되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 애타는 마음이야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입후보한 상대 후보들이 저 나름대로 역량을 갖추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당한 규정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담담히 그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를 기대한다.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고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대학이 보여주지 못하면 누가 보여줄 것인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세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우리사회지도층들이 왜 존경을 받지 못하는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태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교수회 등이 철저한 감시를 표명하고 있다. 아무쪼록 모두들 훌륭하고 모범적인 선거문화를 보여줘서 역시 대학의 선거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평을 받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대학교수의 대표로서 품위를 유지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