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공사 설립, 없던 일로 하라
제주도는 도민들의 이견(異見)에도 불구하고 해운공사 설립을 강행할 모양이다. 해운공사 설립은 제주도가 해양산업을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미 작성한 ‘해양산업 육성 로드맵’에 포함된 여러 사업 중의 하나다.
현재 제주도의 계획으로는 4면이 바다라는 지리적 여건을 감안, 해운공사를 설립하고 초고속 여객선과 위그선을 도입함으로써 해상교통 환경을 크게 개선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동북아 크루즈 허브항을 육성, 늘어나는 물류 업무를 처리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도민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심지어 제주도의회 의원들조차 사업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민철 의원도 그 중의 한 명이다.
하민철 의원은 지난 1일 제주도 해양수산국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드디어 해운공사 설립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위그선과 초고속여객선 도입, 동북아 허브 항 육성에 따른 물류 사업에는 우려할만한 부분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그 예로서 입-출항 물동량이 3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즉 출하량(出荷量)이 얼마 되지 않은 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계절별 격차도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객선 도입 등 엄청난 투자를 해 놓고 적자만 낸다면 낭패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하민철 의원의 우려에 적극 공감한다. 반면 해운공사 설립에 대한 제주도 당국의 설명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위그선 도입과 동북아 크루즈 허브 항 육성 등의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전문가에게 용역을 준다”는 것이다. 아무런 확신 없이 용역을 주어 놓고 “안 된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뜻 같다.
그럴 바엔 아예 해운공사 계획을 접는 게 낫다. 특정인에게 용역비를 봐주려는 것이 아니라면, 될지 안 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사업에 용역을 발주했다가 용역비만 날릴지 모른다.
제주도 의회가 문제점을 제기한 이상 2011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해운공사 설립에 따른 용역비를 일단 삭제하기 바란다. 과거 확신을 갖고 추진했던 호접난 미국수출, 제주교역, 섬문화 축제 사업 등이 줄줄이 실패, 제주도 부채만 키워 왔는데 하물며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거대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빚만 더 키우는 꼴 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