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The Chance

2010-11-24     제주타임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 입대를 결심한 뒤, 올해 4월 육군에 입대했다.
전공학과가 경찰행적학과인 만큼 의경 지원을 생각해 봤지만 올해 2월에 제대한 형을 따라 육군에 입대했다. 입대 전만해도 이왕 가는 군대, 고된 훈련을 하는 곳으로 가서 멋진 전사가 되어 돌아오는 것을 꿈꿧지만 대학에서 공부한답시고 몸 관리를 하지 않아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배때문에 그 꿈은 무산되었다.
1학년 1학기 수석, 2학기 차석의 자리를 꿰찼지만 내 몸안에 복부비만이라는 항아리와 함께 나태함이 자리잡으면서 그냥 평범하게 육군에 입대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입대 전까지 집에서 뒹굴 뒹굴 놀았다.
그 결과 지금 제주동부경찰서 112타격대원이 되었다. 입대를 앞두고 치구와 단둘이 마지막으로 한 술자리에서 친구 녀석이 장난스레 툭하고 내뱉은 말이 떠오른다. "너 경찰행정학과라 전경 되는거 아니냐?". 이런 이유로 전경이 되진 않았겠지만 설마가 사람 잡았다. 내가 이런말을 한다고 전경이 된 것을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되고 싶진 않았다.
대학에서 1년동안 경찰에 관한 것만 공부했는데 군대에 가면서까지 전.의경이 되는 것은 지루해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 된일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내 성격상 인생에서 재미를 찾는 것을 먼저로 하는 성향이 기인한 것 같다.
중앙경찰학교에서 군 복무 희망 지역을 정할때, 집이 있는 서울을 제쳐두고 공기 맑고 경치 좋은, 좀 색다른 곳에서 생활하는데 재미를 두고 찾은 곳도 제주도였다.
제주도에 온 후, 경찰서로 발령 또한 내게 작은 설렘을 안기었다. 장래 경찰이 되고싶은 나에게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기회는 있을 때 잡는거다. 여기서 모든것은 나중에 내게 소중한 보물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우선 여기서 정문 안내 근무부터가 내게 커다란 도움을 주고있다. 정문안내 근무가 민원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민원인을 안내하는 일이니만큼, 경찰서에는 어떤 부서가 있고, 그 부서가 어떤 일들을 하는지 대충 파악하게 되었고, 다양한 민원인들을 상대하면서 사람 대하는 면에서 수월해지게 되었고, 즉응 대응 하는 경찰 업무 특성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전입 된지 5개월째라 함부로 단정짓기엔 창피한 실력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이 풍부해지고 능수능란해질 거라 믿는다. 아니, 기필코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 행동방면에 있어 남들과 다르게 느릿느릿하고, 어벙한 면이 있어 실수가 잦아 다른 대원들에게 미안함을 안기는, 꼭 고치고 싶은 점이 있는데, 곁에서 조용히 날 도와주시고 챙겨주시는 선임들 덕분에 처음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막내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언젠가 전입될 내 후임을 위해, 그리고 미래 걸맞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나를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고싶고, 선임들의 도움에 보답하고 싶다.
전설적인 형사가 되는 것, 내 꿈이다. 남들이 들으면 껄껄하고 웃지만, 난 여기서 많은 준비를 해 가고 싶다. 똑똑한 자는 웃으며 군 입대를 한다고 한다. 그말이 틀린 것 같지 않다. 나도 여기서 내게 필요한 지,덕,채, 좋은 경험 모두를 얻어가고싶다.
그래서 나중에 군대 참 잘 갔다 왔다고 떳떳이 말하고 싶다. 군대는 시강낭비하거나 바보가 되어 오는 곳이 아니다. 군대는 인생의 Chance다.

성준호 112타격대 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