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事多恩]잠 못 이루는 가을밤의 단상

2010-11-08     제주타임스

며칠 전 케이블 TV불교 채널에서 노스님의 설법을 들었다. 노스님의 강의 요점은 정신과 육체는 하나며, 마음의 병을 육체로, 몸의 병을 마음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의 병이되는 근심과 걱정은 자신이 만들고는 남의 탓이라고 우겨 대면서, 마음의 병을 만든다고 했다. 근심과 걱정은 스트레스다.  이 스트레스는 마음병의 바이러스다. 이 마음의 병은 우울증, 자살, 암 등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인 것은 사실이다. 
필립스 헬스 앤 웰빙(well being) 지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트레스 정도는 세계에서 최고다. G20국가뿐 아니라 조사 대상국 131개국 전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원인으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저축, 은퇴 후 경제력, 생활비용, 직업 등을 꼽아 스트레스의 주원인이 경제력과 연관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인은 94%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자주 느낀다고 답했다. 직장(33%) 과 재정문제(38%)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요즘에 발표한 인제대학교 스트레스 센터에서는 소음, 좁은 공간, 인간관계 갈등, 친지사망이 특히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이러한 요인도 중요한 원인일 수 있지만 앞에서 스님의 설법한데로 자신의 만드는 스트레스도 대단한 원인일 수 있다.
나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속상한 일로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애써 잊어보려고 술도 마셔보고, 수면제도 먹어보았지만 원망을 가셔낼 수 없었던 기억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내 속을 뒤흔든 사람은 지금쯤 쿨쿨 잔다고 생각하면서 속상해 한다. 또 더 속상한 것은 속상해서 마신 술과 잠들기 위해 먹은 수면제가 자신의 몸 어딘가를 갉아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욱더 스트레스를 느낀다. 그래서 밤새 미워하고 원망한 자신의 영혼은 녹초가 되어 상처투성이가 된다. 이런 사유로 마음은 먼저 병들고 마음에 비례해서 육체는 고장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법하는  그 스님의 말이다.
설법이 끝난 후에 한 신도가 “속상한 것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질문했다. 스님 대답은 “정답은 딱 한 가지에요. 속상한 것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만입니다.” 라고 했다. 쓰레기를 끌어안은 채 내가 나를 두들겨 팬다는 것이다. 인생은 자신이 출제를 해서 자신이 해답을 찾는 것인데, 왜 자꾸만 어렵게 출제하고 해답을 못 찾아 사는지 사방을 왜 헤매냐는 것이다.
근심과 걱정은  밤을 새우면서 속상했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속상했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다. 자신이 안하면 그만인데 그게 어렵다.  속상하는 것은 내 살에 내가 박은 가시다. 내가 박은 가시로 밤새 나를 못살게 굴었으니 먼저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지난여름 어느 날 밤이다. 서울에 사는 가족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응급실에 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를 받고 별의 별 방정맞은 생각을 다하면서 뜬눈으로 밤을 보낸 기억이 있다.  그 밤에 날아서 가 볼 수도 없고,  전화하는 것도 도움이 안 됨으로, 상상에 상상을 더하면서 하얀 밤을 보내다가 아침에 큰일 아니라는 소식을 듣고는 평상시보다 더욱 마음은 기뻤고 행복했다. 내가 안 깨웠기 때문에 세상모르고 자던 아내는  큰일 아니라는 전갈을 받고도 근심걱정을 안했었기 때문에, 나 같이 행복감을 느끼지는 못 한 것 같았다.
나는 그 몇 시간 근심 걱정하는 동안 엄청난 성장 통 이득을 얻은 것이다.
우선 큰 어려움을 안주신 신에게 고마웠고, 또 무사한 가족이 더 사랑스럽다. 그래서 그 전갈을 듣고는 평시보다 더 기쁘고 행복했다.
근심걱정 한다는 게 꼭 손해 보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운 셈이다. 내가 아내처럼 쿨쿨 잠들었다가 그런 사실만 들었다면 그렇게 많은 것을 깨닫고 그런 큰 마음공부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근심, 걱정, 실패, 좌절, 시련에 밟혀 쓰러지면 고통이 되지만 그걸 디딤돌 삼아 올라간다면 정상으로 가는 기차를 탑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시련은 사람을 빛나게 할 뿐 아니라 향기를 만들 수 있다.
풀을 베면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건 상처에서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또 다이아몬드가 귀한 것은 갈고 닦는 혹독한 시련을 거쳤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DNA를 소유 하더라도 혹독하게 깎고 갈아내지 않으면 맑은 향기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기는 쉬운데 스트레스예방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앞에 스님의 설법처럼 모든 이에게 순기능이 전혀 없는 근심걱정과 또 자신에게 비현실적인 높은 기대나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성격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시인 정종현은 ‘고통의 축제’에서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 도다”고 노래했다. 영혼이 있는 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 시어처럼 고통을 내면의 축제로 승화 시켜야한다고 비위 찬 주장을 하여본다.

김찬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