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특별자치도 재정확충방안

2004-12-14     김승석 논설위원

제주도는 지난 11월 30일 2006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정부에 제출했다. 제주도(안)의 기초자료는 제주발전연구원이 마련한 특별자치도 기본 방향 및 실천 전략 최종보고서이다.

 그런데 이 최종보고서에는 2010년까지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을 뒷받침할 중장기재정계획이 빠져있다. 이 재정계획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전략을 수립한다고 하더라도 약발이 서지 않는다. 우리는 국회에서 선언적 의미의 각종 사회보장적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강제적으로 예산뒷받침이 안 되어 립(lip) 서비스에  그친 사례를 숱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주발전연구원이 실수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을 뒷받침할 중장기재정계획을 빠뜨린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노무현 참여정부가 구상하는 제주 특별자치도의 조직과 운영에 있어서 현행 1도 ㆍ4개 시군의 행정계층과 행정구역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운영시스템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방안(점진적 개혁안)과 4개 시군의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여 광역행정체제로 개편, 운영하는 방안(혁신적 개혁안) 중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점진적 개혁안으로 확정된다면, ‘제주특별자치도’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고 중앙정부로부터 특별한 예산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고, 종전과 같은 지방재정제도 아래 무늬만 특별자치도 추진에 소요될 재정수요에 해당하는 만큼의 지방교부세, 국가보조금을 증액하면 된다. 따라서 자주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한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제도 등의 신설은 정부와 여당에서조차 기피할 것이다.

 이와 달리 혁신적 개혁안으로 확정된다면, 일본에서 시행중인 시(市)ㆍ정(町)ㆍ촌(村) 합병특례법의 사례에서 보듯 종전 4개 시군에 대한 지방교부세가 폐지되는 대신에 특별자치도 추진사업에 대한 지원의 특례를 지방교부세법에 신설함으로써 연차적으로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혁신조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특별자치도 시행 후 5년간 재정규모의 연평균 증가율을 약 20∼30%로 잡아 중장기재정계획을 수립하고 국무총리의 승인을 받도록 지방재정법을 개정함으로써 행정자치부가 전국 16개 시도에 하달하는 예산편성지침의 구속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제도를 채택할 것을 중앙정부에 강력히 주문해야 할 것이다.

 최근 5년간 제주도의 재정규모는 연평균 12.8% 증가하고 있으나, 지역총생산(GRDP)은 연 평균 2∼3% 증가에 불과하여 1인당 도민소득도 국민 1인당 평균소득에 비해 낮은 편이다.

 바꿔 말하면 소득이 늘지 않고 또한 경제활동에 따른 재산의 취득과 처분이 증가율이 완만하며, 경제흐름이 순탄하지 못해 직ㆍ간접적으로 지방세수를 늘려 자주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은 조세저항의 부작용만을 초래할 뿐,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따라서 지방세법을 개정하여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등 새로운 세목(稅目)을 신설하는 방안은, 일단 세법에 신설하되 전국 1%인 현재의 제주경제 규모가 전국 2∼3%의 수준으로 성장할 때까지 그 시행의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 있다고 본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 하에서는 사실상 지방소득세인 소득할주민세와 각종 재산취득세 및 등록세의 세율을 높여 단기적 자주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세계경제의 흐름은 하루가 달리 급변하고 있는데, 국내의 정치ㆍ경제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시계 제로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호도 마찬가지로 항해할 길은 멀고 파도가 거세다. 그런데 시중 여론은 선장인 김태환 도지사의 행보가 도내 행정계층구조개혁 문제와 관련하여 매우 느리다는 지적이다.

 시간이 없다. 점진적 개혁안이든, 혁신적 개혁안이든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이에 따른 중장기재정확충방안을 마련해서 도민과 기업들에게 이를 보여줌으로써 도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생업에 종사하고, 기업들은 영리추구에 대한 믿음을 갖고 투자에 매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실 바란다. 논설위원 김승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