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작은 규칙을 지키는 일, 청렴교육의 시작

2010-10-24     제주타임스


얼마 전 일이다. 우리집 앞에 작은 마트가 있는데, 그 마트를 가기 위해서는 약간 멀리 떨어져 있는 횡단보도를 돌아가야 한다. 당시 나는 초등학생 1학년 아이와 돌 지난 둘째아이를 안고 빨리 건너자는 생각에 무심코 무단횡단으로 건너고 있었다.
그때 초등학생 아이가 물어보았다.
“엄마, 무단횡단 해도 돼요? 선생님이 건널목을 건널 때는 반드시 횡단보도로 건너라고 했는데...”
순간 당황스러웠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 아이들에게 올바른 규범을 가르쳐줘야 할 의무가 있다. 더욱이 교육기관에서 각종 회계서류를 다루고, 올바른 법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인 내가 작은 규범을 지키지 않은 모습을 딸아이에게 들켜버려 한순간 부끄러운 엄마가 된 것이다.
요즘 청렴교육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국민들이 국가기관에 갖는 청렴 지수는 하위권으로 특히 학생들이 국가에 갖는 신뢰도는 가장 낮다고 한다.
그래서, 정책적으로도 공무원이 받는 청렴교육을 학생들도 수업시간에 반드시 교육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청렴교육은 모순을 갖고 있다. 보통 각종 범죄와 같은 위법적인 행위에는 엄격한 잣대를 갖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작은 규범이나 남을 배려하는 예절 등은 무시할 때가 간혹 있다.
운전할 때 무분별한 경고음 내기, 새치기하기, 공공장소에서 떠들기, 골목길에서 무단횡단 등 경찰에게 적발되어 크게 벌금을 내거나 법원에서 형량을 선고받는 큰 범죄는 아니지만,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실례가 되거나 남이 안 보니까 지켜지지 않는 위법적 행위에 대하여 자신은 아주 관대하게 허용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무단횡단을 하든 남의 돈을 훔치든 모두가 나쁜 행위로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부모들이 돈을 훔치는 행위만 범죄이고 무단횡단은 누가 안 보면 괜찮다고 한다면 이를 보는 자녀들은 혼란을 느낄 것이다. 특히, 잘못을 구분하는 기준도 주관적이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큰 잘못과 작은 잘못을 쉽게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청탁 등 비리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특히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비리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괜찮다고 하니 괜찮은가 보다 해서 저질렀다. 이는 어릴 적부터 큰 잘못만 잘못이고 작은 잘못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결국 큰 잘못을 작은 잘못이라고 착각해 버린 결과이다.
사소하지만 반드시 지켜야하는 규칙을 지키는 일, 청렴교육의 시작이다.

고  정  여
강정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