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WELCOME TO 112타격대
전경...? 전투경찰...? 5주간의 훈련소 생활이 마무리 될 무렵
내가 전경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애포에 전방이든 후방이든, '어디로든지 보내주십시요' 하는 마음으로 입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잔경'이 되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전경만은 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는데, 내가 정말 전경이 되었다니...!
내가 이토록 전경을 피했던 이유는 주위에서 들리는 소문 때문이었다. 전경은 시위 때 마다 봉과 방패를 들고 앞장서서 막는다, 폭력시위가 날 때면 더불어 싸운다, 또 구타 등 악습이 가장 많은 부대다, 라는 소문을 참 많이 들어왔엇다.
물론 이것이 100% 거짓은 아니겠지만, 100% 사실로 믿었었다.
2주간의 후반기 교육까지 마치고, 드디어 난 배치를 받게 되었다.
새로운 곳을 향하게 된다는 걱정 뿐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전경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향하게 된 나의 부대는 제주동부경찰서 112타격대. 제주동부경찰서?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내 집을 지키는 경찰서에 들어가게되다니...' 집이 제주도 동부지역인데 운이 좋게도 우리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군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군 생활을 시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느껴보는 분위기는 나를 계속 긴장시켰다. 어쩌면, 선임들이 나를 괜히 집 근처에서 군 생활 한다고 괴롭히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선임이나 직원 분들이 이야기를 걸어도 뻣뻣한 자세로 그저 생각 없이 큰소리로 대답했던 것 같다.
행동도 많이 어수룩했을 것이다.
그래도 선임들이나 직원 분들은 어리벙벙한 나를 계속 반갑게, 살갑게 대해주었다.
오히려 먼저 긴장하고 걱정하고 있던 나를, 사소한 말에도 말을 걸어주고, 관심 가져주고, 웃음 짓게 해주며 긴장을 풀게 해 주었다.
그분들의 배려로 빠르게 이곳 군 생활에 잘 녹아들 수 있었다.
처음 타격대 건물에 들어왔을 때, 입구에 쓰여있던 문구가 기억이 난다. 'WELCOME TO 112타격대'
처음 타격대에 왔을 때 걱정과 두려움속에서 이 문구를 봤을 때에는 그냥 입구를 표시해두려고 썻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일경이 되고 이곳에서 어느 정도 생활하다보니 그 문구의 의미를 잘 알 수 있겠다. '112타격대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이 말은 '걱정하지마' '함께 잘해보자', '반가워' 하는 선임들과 직원 분들의 진심임을 알수있게 되었다.
그저 말 뿐이 아니라 진짜 환영해주고, 그렇게 표현해주는 좋은 분들의 마음을... 나는 아직' 짬'이 안돼는 내무실 내 서열 거꾸로 2순위 이자, 제대할 날이 보이지 않는, 감히 볼 수 없는, 그런 후임이다. 하지만 언젠가 나도 고참이 될 것이고 많은 후임을 보게 될 것이다. 그 후임들 중 어쩌면 나와 같이 두려움 속에 사로잡혀 있을 친구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친구들에게도 나도 여러분들께 받았던 마음을 돌려줄 것이다.'반가워', '환영해', '걱정하지마', '잘해보자' 라고하면서...
황 이 새
제주동부경찰서 112타걱대 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