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경제…‘한부모 가정’ 양산

제주시지역 527가구 1414명...힘겨운 겨울나기

2004-12-13     정흥남 기자

최악경제...‘한부모 가정’ 양산
제주시지역 527가구 1414명...힘겨운 겨울나기
올들어 30가구 100여명 신규 편입



박모씨(48.여.제주시 아라동)는 최근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 승소판결을 받았다.
박씨는 이와 함께 자녀 2명의 양육권도 확보했다.
박씨의 남편은 2002년 말 돈을 벌어서 돌아오겠다는 한마디 말을 남긴 뒤 집을 나간 다음 소식을 끊었다.
그동안 남편명의로 돼 있던 아파트는 빚쟁이들이 몰려들어 경매를 통해 처분했으며 박씨는 친정 부모의 도움으로 올 초 가까스로 전셋집을 마련한 뒤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박씨는 더 이상 집 떠난 남편의 뒤처리를 하느니 차라리 ‘홀몸 생활’을 하자고 결심,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가끔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버리고 자신도 가출할까 하는 마음이 수없이 들었으나 박씨는 그때마다 초롱초롱 한 자녀들의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올 1월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월 약간의 생활비를 정부에서 지원받는 박씨는 식당일을 하면서 자녀 2명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난이 멀쩡한 가정을 깨고 있다.

사회 곳곳에 경제난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사회의 기초조직인 가정이 급속하게 해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부가 헤어진 뒤 어느 한쪽이 자녀들을 책임지는 이른바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다.
11월말 현재 제주시내 ‘한부모 가정’은 모자가정이 418가구 1112명, 부자가정이 109가구 302명 등 모두 527가구 1414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이 같은 수의 한 부모 가정은 모자가정의 경우 지난연말 398가구 1082명보다 20가구가 늘어난 것이며 부자 가정 역시 지난연말 99가구 281명 보다 10가구 20여명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한부모 가정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제주시는 경제난으로 부모 가운데 한명이 가출하거나 이혼이 주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시는 이들 한부모 가정 가운데 생활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모자가정 70가구와 부자가정 15가구 등 모두 85가구에 월동 준비금 2550만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제주시는 또 모자가정 50가구와 부자가정 15세대 등 65가구에 세대당 100만원씩 자립정착금을 지급키로 했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없는 한부모 가정 구성원 1400여명이 더욱 거세지는 경제난 파고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세밑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