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우리의 음주문화

2010-10-03     제주타임스


경찰관으로서 필자는 며칠 전 지구대 근무 중 차량을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한 적이 있다. 사연인즉 음식점 앞에 차량을 주차시켜 두고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차량을 주차시켜둔 채 귀가 했다가 다음 날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음식점 앞에 와 봤더니 차량이 없어져 이틀가량 찾으러 다니다가 찾지 못하고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차량 도난은 차량을 이용한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긴장을 하고 차량번호와 차량 특징 등을 청취한 후, 약 1시간 가량 관내 일대를 수색 하던 중 신고자가 이용했다는 음식점에서 약 2-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동네의 무료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자에게 연락하여 도난당했다는 차량을 찾아준 적이 있다.

확인결과 신고자는 당일 차량 발견 장소인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시켜둔 채 동네 음식점과 술집을 전전하면서 과음을 한 탓에 자신이 차량을 주차 해 둔 장소를 깜박 잊어버렸던 것이다. 차량 도난사건은 비록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났으며 신고자 역시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에게 연신 미안하다면서 웃음을 지었으나 문득 우리의 음주 문화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했다.

경찰관으로서 지구대 근무를 하다보면 많은 주취자들을 만나게 된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 아무런 이유 없이 남에게 시비를 하고 피해를 주는 사람, 경찰관이나 경찰관서에서 시비, 난동을 하는 사람 등등 우리의 술 문화는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 벌주에 폭탄주에 그 양이나 방법은 세계에서도 알아줄 만큼 단연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경찰청에 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동안 발생한 살인, 강도, 성폭행 등 주요 5대 범죄를 분석한 결과 33%이상이 술에 취해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으며 음주운전, 음주소란, 노상방뇨 등 기초질서 위반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적당한 음주는 인간관계를 원할히 해주는 것은 사실이나 지나친 과음은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되고 오히려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입법기관의 주취자에 대한 관련법령 제정하고 지나친 과음으로 인한 부끄러운 모습을 버리고 선진 시민의식과 더불어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해야 할 때이다.

박  종  배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