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출근 버스안에서의 단상(斷想)
얼마 전 서울에 거주하는 지인과 안부를 묻는 통화를 하던 중 우스운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제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 하지만 서울에서 직장을 다나는 사람들은 BMW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의아해 했지만 지인의 설명을 듣고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BMW는 Bus(버스)의 B와 Metro(지하철)의 M, Walk(걷다)의 W를 결합하여 사용하는 그들만의 신조어였던 것이다. 자가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유가와 주차 문제 등 그만큼 자가용 출퇴근이 힘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최근 들어 필자 또한 아침 일찍 회의나 행사가 없는 날이면 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직장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정도 소요되지만 출근길 직장인을 비롯해 등교하는 학생, 시장으로 물건을 팔러가는 할머니의 모습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또 자가운전 때와는 달리 창밖 풍경을 여유로이 즐기며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계획할 수 있어 필자에게는 그 어떤 시간보다 황금 같은 시간이다.
버스는 가장 대중적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교통수단으로 버스를 이용하면 좋은 점이 의외로 많다. 우선은 버스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을 없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독서, 공부, 음악 감상 등 개인적 시간선용이 가능하다. 또, 불법주차와 교통체증해소,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등 사회적 문제해결은 물론 가까운 거리를 걸어 다님으로써 건강증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얼마 전 임명된 모 장관은 업무를 보고 다닐 때는 어쩔 수 없이 차를 타야하지만 출퇴근은 서민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겠다고 의사를 밝힌 뒤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장관은 또한 모 기관장으로 재직 시 CEO 조찬 강연에서 "우리나라의 장차관이 출퇴근을 버스나 지하철로 한다면 사회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했었다.
그 분이 지적해서라기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아름답고 깨끗한 지구를 후손들에게 쾌적하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고유가 시대의 위기극복과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아침 버스 안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은 새삼 경이롭다.
언제 저렇게 자랐을까 싶게 길가 옆 감귤 과수원에는 감귤이 알사탕만큼 영글어 있었으며,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외돌개 앞바다는 몇 번의 태풍주의보에도 끄떡없이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여 지는 풍경 사이로 까까머리 소년의 학창시절이 오버랩 된다.
군것질이 하고 싶어 버스비를 아끼며 한 시간 가까이 걸어 등교하던 모습과 지각을 면하려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버스 안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버스 손잡이를 찾던 모습. 과거의 기억들이 선명해질 때 즈음 버스는 어느덧 도착지에 다다르고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땅위로 내딛어 본다.
김 영 진
서귀포시 정보화지원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