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농촌은 우리 어머니!

2010-08-25     제주타임스


초등학교 다닐 시절 ‘김밥’에 대한 기억이다. 30여 년 전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당시 어린 맘에 맺혔던 상처 아닌 상처가 되어버린 그날의 멍에 때문인 것 같다.

 정확히 몇 학년 때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봄 소풍 때의 일이다. 소풍 도시락으로 어머니에게 김밥을 싸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

언제부터인가 야외에서 먹는 우리나라의 대표음식 김밥! 검은 김에 하얀 밥, 분홍 소시지에 노란 단무지 등 알록달록하게 생긴 김밥은 당시 어린 나에겐 맛을 떠나 예술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소풍 가서 야외에서 친구들과 같이 먹을 김밥을 생각하며 밤잠까지 설쳤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날 문득 어머니는 소시지는 몸에 좋지 않다며 소시지 자리에 직접 물질하여 캐온 전복을 넣은 것이었다.

이게 화근이 될 줄은 모르고 김밥을 싸는 그날 아침은 친구들과 함께 김밥을 나눠먹을 꿈에 부풀어 마냥 행복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때까지는 좋았다. 웬걸, 어린 나의 맘에 멍에가 일기 시작한 건 김밥을 꺼내드는 점심시간이었다. 김밥을 꺼내드는 순간 어머니가 김밥재료로 넣어주신 전복이 흰 쌀알을 누리끼리하게 만들어 버렸다.

흑백의 조화, 찬란한 빛깔의 예술 같은 김밥을 기대했던 어린 나에게 먹구름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김밥에 소시지 대신 전복을 넣은 어머니를 원망하며 점심도 굶고 소풍 오후 시간을 보냈었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위해 김밥에 정성과 영양을 듬뿍 담았지만 누렇게 변해버린 김밥에 투정을 하는 철딱서니 없는 아들을 보며 마음 아파했을 것이다.

세월은 흘러 이젠 나도 그때의 어머니만한 나이가 되었다. 아들 소풍에 김밥을 챙겨줘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의 일을 우리 농촌의 모습에 견주어 다시 생각해 본다.

농촌은 우리 어머니와 같다는 생각이다. 농촌이 우리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갖다 주는 것을 우리 어머니가 정성과 영양이 듬뿍 담긴 전복김밥을 만들어 주는 것에 비유하고 싶다.

어머니의 전복김밥처럼 농촌에서 농업인들이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은 공장에서 찍혀 나온 식품에 비해 가공과정을 거치지 않아 세련되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분들의 정성과 오만가지 영양이 들어 있음을 느껴야겠다.

 어릴 적 전복김밥을 싸 주시던 어머니 같은 우리 농촌을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아이들 나들이에는 어머니의 맘을 듬뿍 담아 보내야겠다.

이  성  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