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금 횡령 공무원 3명 실형

지법, "국가예산 '눈먼 돈' 인식 경종 올려야" 법정구속

2010-08-12     김광호
태풍 ‘나리’ 응급복구사업비로 배정된 재난관리기금을 횡령한 공무원 3명이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고, 또 다른 공무원 1명이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하상제 판사는 12일 업무상 횡령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5급 공무원 이 모 피고인(56)에게 징역 1년6월, 6급 공무원 현 모 피고인(49)에게 징역 1년, 전 4급 공무원 강 모 피고인(60)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하 판사는 또, 다른 공무원 김 모 피고인(40)에 대해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히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가예산을 소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그릇된 세태에 대해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이들 3명의 피고인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하 판사는 “이 사건은 단순히 공무원 1인의 개인적인 비리에 그친 것이 아니라 특정 부서의 결제선상에 있는 공무원들이 조직적.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판시했다.

하 판사는 또, “피고인들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선처를 구하고 있으나,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고 공직사회 전체에 큰 불신을 야기한 피고인들에게 공직을 유지하게 하거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은 오히려 일반인의 건전한 법 감정에도 반(反)한다”고 밝혔다.

서귀포시에 근무했던 이들은 2008년 2월 모 읍 이장 등으로부터 마을운영자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해당 마을주민들이 하천지장물 제거작업을 한 것처럼 가장해 특정 4개 마을에 재난관리기금 4887만원을 보조금 성격으로 불법 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당시 회계연도 경과로 2007년도에 배정받은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하천지장물 제거작업을 2007년 12월에 시행한 것처럼 지출원인 행위를 소급 적용하는 등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행사한 혐의다.

또, 이 씨, 현 씨, 김 씨는 공모해 2007년 12월 중순께 평소 학연, 혈연 등 연고로 친분관계가 있는 특정건설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 필요성 검토 등 기초적인 회계절차도 거치지 않고 남원읍 S천 등 11곳에 하천퇴적물 제거사업을 발주해 특정 7개 건설업체에 장비임차비를 부풀려 지급하는 방법으로 재난관리기금 8748만원을 과다 지출, 재정손실을 입힌 혐의다.

뿐만 아니라, 이 씨 등은 공모해 재난관리기금 1296만원을 함부로 인출해 등산용 자켓 30점(1점당 43만원)을 구입해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또, 건설업체에 장비 임차비를 부풀려 지급해 준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이 씨는 100만원, 현 씨는 5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아왔다.

한편 하 판사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대표 등 7명의 피고인에 대해선 징역형에 집행유예(2명) 또는 벌금형(5명)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