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무상급식시대

2010-08-12     제주타임스

“어린이는 고른 영양을 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1988년에 재개정된 '어린이헌장' 내용이다. 원래 어린이헌장에는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 한다.”로 되어있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도 “국가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정책을 입안할 것과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교육기본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 '학교급식법'에도 무상급식에 대한 법적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제주도내 초·중·고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상학교급식 지원 조례안’이 오랜 진통 끝에 9월 도의회 정례회에서 다뤄진다. 조례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경우 내년부터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무상급식이 실현된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강경식 위원장(현 도의원)이 대표청구인으로 발의한 ‘무상급식 지원조례안’은 지원 대상을 병설유치원까지 확대하고 있다. 도민 3886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5월18일 청구한 주민발의 조례안이다. 강 의원은 제주주민자치연대 지방자치위원장으로도 활동하였고, 특히 친환경급식연대 사무국장 당시 친환경무상급식 조례 주민발의를 주도하면서 존재감이 확실히 부각됐다.

그러자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이 초·중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국가가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교과부 당국자는 교육감협의회의 건의에 대해선 검토를 하겠지만, 지난 2005년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높이면서 급식사업비도 시·도 교육감 재량으로 넘겼다며 시·도 교육감이 알아서 해야 할 사안인데 국가에 예산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아이들 밥 먹는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보편적 교육복지정책인 ‘친환경 무상급식’이 주요 정책이슈가 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이니 사회주의니 하는 정치공세와 부자급식에 국가재정 파탄설까지 왜곡된 논의들도 쏟아지고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 종합실태조사’ 에 따르면, 아동__청소년 중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층은 7.8%, 상대빈곤층은 11.5%대로 조사되었다. 아동 8명 중 약 1명이 빈곤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와 사회 양극화로 인한 빈곤 심화, 가족해체, 부모의 질병, 맞벌이로 방임과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아동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왜 부자집 아이들까지 ‘공짜밥’을 줘야하나,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세금은 소득에 따라 차등해서 내지만, 복지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골고루 혜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도 합당한 논리이다. 특히 국가에서 ‘의무’로 정한 교육__국방과 같은 분야에서는 ‘무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헌법은 이미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급식은 교육’이며,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완성이다.

탈북 남자 청소년들의 평균 신장이 남한의 또래보다 13.5㎝가량 작다.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남자 청소년들 중 월 소득 300만원 이상과 100만원 미만의 남자 청소년들을 비교했더니 후자가 평균 7.4㎝ 작았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할 때이다. 그들의 키를 쑥쑥 키워줄 방법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 것인가. 빈곤층 아이들의 방학 중 끼니. 해결에 먼저 쓰는 일부터 생각하자. 학기 중 아침 급식도 절실하다. 한발 더 나아가 유럽처럼 과일·야채까지 챙겨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이미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60년 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과 스코틀랜드도 무상급식 비율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이 동시에 이루어 져야 사회적 보육과 교육이 완성되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날개가 달릴 것이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