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숨지말아야 하는 피해자

2010-08-09     제주타임스

최근, 아동 성폭력 사건들이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성폭력사건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온 범죄임을 생각할 때, 최근의 이슈화는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과거보다 성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민감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조금 더 성범죄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사회로 발전되어 가는 긍정적인 모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폭력 신고율이 7.6 퍼센트 정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범죄율을 신고율에 약 170배 정도로 보았을 때, 작년 한해만 270만 건이 넘었고 백 명 중에 5명 이상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것은 성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을 확률이 너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낮은 신고율이 성범죄예방에 가장 큰 적인 셈이다.

그러나 나는 만약 내가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였을 경우, 과연 내 스스로 망설임 없이 신고를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 혹은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성폭력을 당했다라고 알리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통해서,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여 그들의 억울함을 듣고 이것이 꼭 해결되어야 하는 범죄라는 것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누군가가 신고를 권유한다면, 선뜻 신고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것은 사회적 통념이 범죄를 숨길 만큼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통념은 제도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스위스의 경우, 성범죄에 대한 신고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으며, 이것은 사회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어떠한 심리적 불안감이나 압박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또한 아동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종신형을 고려하자는 의견이 사회적으로 대두되어서 국민투표에 부쳐지고, 50퍼센트 이상의 국민이 동의를 했다고 한다.

이 사례는 성폭력에 대한 신고가 제도의 개선을 가져왔고, 이것은 당연히 범죄발생율의 저하와 연결 되어 질 것이다. 결국, 성폭력에서 자유로운 도시로 발전하는 첫 번째 단계는 성폭력예방 및 대처에 대한 교육이다.

현재 당국에선 성폭력 피해 대상자 1순위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에 대한 교육이 그리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성폭력에 관한 정확한 인식과 교육이 첫 단계일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시각의 개선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다른 범죄의 피해자들과 마찬가지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도리어 범죄를 숨겨주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TV, 라디오 등의 매체를 통해 성범죄예방과 관련된 공익광고를 보도하여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의 강화이다.

물론, 지속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처벌제도가 개선되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위의 스위스 사례처럼 범죄자가 두려움을 느낄 만큼 강력한 처벌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폭력 범죄는 밖으로 나와야 제도의 개선도 이뤄질 수 있고, 범죄율도 낮아 질 수 있다.

성폭력 범죄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나는 사람들의 시각이 달라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나부터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없는지를 점검해 봐야 하겠다.

고  효  숙
제주동부경찰서 중앙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