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부부(夫婦)의 유효기한
며칠 전에 집에 수도가 고장 나서 기계를 잘 보는 옆집 선배를 빌어서 고치는데 그 분에게 차를 한잔 권했는데, 차보다는 막걸리가 좋다고 해서 이웃 슈퍼에서 막걸리 두병을 사왔다.
그런데 막걸리 병뚜껑에 쓰여 있는 날짜는 유효기한인지, 유통기간인지, 제조날짜인지 분별이 어려웠으나 막걸리는 발효음료라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그분하고 나누어 마셨다. 별 탈은 없었다.
막걸리 뿐 아니라 판매하는 각종 음식물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그리고 음식물마다 유통기한이 다르다.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물을 팔면 처벌을 받는다.
그래서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물들을 모아서 유통기한을 고쳐서 팔다가 적발되기도 한다. 너무나 한심한 일이다.
적어도 먹는 것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것은 간접적인 살인행위다. 불가에서도 살생을 금하지만 생을 유지하기위한 살생만은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한다. 먹는 것은 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는 것만큼은 정직해야 한다.
먹는 것은 유통기한은 표시되지 않았어도 보관기간이 다르다. 과일, 체소, 고기, 등 냉장고에 적정 보관기간이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소금은 유통기한이 없다. 소금 자체가 살균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품이 보관기간(유통기한)이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유효수명(有效壽命 service life)이다.
술과 친구는 오래 될수록 좋듯이. 음식만 유통기한이 있는 게 아니다. 각종 증명서나 자격증 등 서류에도 유통기한(유효기한)이 있고, 각종계약에도 유통기한(유효기한)이 있다.
또한 직장에서도 정년퇴임이라는 유통기한이 있다. 음식물의 유통기한을 늘리려면 얼음을 넣거나 소금에 절여야 하듯 직장의 유통기한을 늘리려면 부단한 자기스펙을 높여야 한다.
사람도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기에 요즘은 웰빙생활이라고 해서 자기 유통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부(夫婦)간에도 유통(유효)기한은 있나보다. 그렇게 뜨겁고 열정적일 것 같던 사랑도 결혼하고 나면 시들시들해지는 게 과연 당연지사일까?
신혼 때는 섹스도 정열적으로 자주 하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섹스도 시들해진다. 농담 삼아 어찌 가족과 섹스를 하겠냐고도 한다. 맞다. 남녀가 만나 결혼하면 연인에서 가족이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왜냐고? 결혼한 부부들은 돈이나 집, 자녀 교육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둔다. 부부 사이 문제는 관심 순위에서 하위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더 이상 아내가 여자가 아니고, 남편이 남자가 아니고, 그냥 가족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부부의 유통(유효)기한이 지나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 더 노력하고 애쓸 때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게 부부간에 사랑이다. 즉, 사랑은 노력의 산물이다.
물론 젊은 시절 잠깐의 찌릿한 사랑을 결혼 내내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런 영국 속담이 있다. "하루만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일주일 동안 행복 하고 싶거든 코디를 해라. 한 달 동안 행복하려면 말을 사고, 한 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하여라.(Do you want to be happy day for a haircut. ....... But who wants an honest life shall be happy)" 이는 행복의 유효기한을 늘리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결혼주례사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라!”는 말이다. 기독교에선 “하늘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하라!”고 한다.
결혼하는 두 사람의 유통기한을 말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유통기한을 다 채우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결혼만 했다고 해서 유통기한이 끝나는 날까지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물의 유효기간도 냉장고 보관 등 보관방법을 잘 지켜야 유통기한을 채울 수 있지 만일 햇볕에 방치해 놓으면 즉시 상해 버리고 만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결혼 후에도 애정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나 권태란 바이러스의 침투로 유통기한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이혼하고 만다. 부부의 유효기한을 늘리려면 계속적인 관심을 같고 사랑을 표현해야한다.
“있을 때 잘해”란 노랫말이 있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다 끝나 사랑할 대상이 사라졌을 때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월의 강에 띄운 종이배처럼 한없이 흘러가 버린다. 사랑의 유통기간은 상호 보완적이다.
부부의 유통기간은 사랑의 강도와 정비례한다. 사랑은 순한 강도의 높이에 따라 유통기간은 연장되는 것이다.
부부의 유통기한은 착하게 살아가는 삶, 청순함,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그리고 살고 있는 한 가지고 있는 희망, 자비를 생활하는 부드러움 등등 이런 것들이 부부의 유통기간의 퇴화를 상당히 막아줄 수 있다고 실없는 말을 해본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