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제주향토음식을 세계음식으로
며칠전, 외국인 친구 스티브와 약속장소를 의논하던 중 선뜻 몸국집을 추천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몸국을 찾는 것도 의외였지만 이 더위에 무슨 몸국이냐는 말에 ‘이열치열’이라며 너스레까지 떨어댄다.
몸국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서슴없이 ‘배지근한 맛이지’라면서 마치 그 맛을 알고 있는 듯 배시시 웃는다. 스티브와 만남은 향토음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음식은 문화이다.
음식은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되어온 그 지방 특유의 유산이다. 그리고 전통이 배어있으며 역사와 생활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인류학자인 레비스토로스가 음식을 통해 문화현상을 분석할 정도로 음식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의 음식은 여행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여행 중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을 했거나 혹은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여행이 한결 즐거웠다는 경험담은 그 지방음식이 중요한 관광자원임을 극명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등 음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음식하나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의 삶이 중요시되고, 많고 값싼 것보다 자연의 그대로를 찾는 요즘의 관광객에게 제주 향토음식은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다.
왜냐하면 제주향토음식의 특징은 신선한 재료 맛을 그대로 살린다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스티브가 느낄 수 있었던 배지근한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지근한 맛 속에서는 우리 제주의 역사와 문화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설프게 다른 지방의 음식을 따라가느라 많은 양념으로 신선한 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요즘의 향토음식이 염려가 안 되는 바가 아니다.
어떤 이들은 향토음식이 상품화 되려면 관광객이 좋아하는 입맛에 맞춰서 따라가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시대에 맞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한다.
그러나,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자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삼천리 강산의 음식이 모두 똑 같은 맛을 내게 되고 결국은 ‘제주’만의 배지근한 맛은 없어질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닐 때는 곧은 길을 가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더 늦기 전에 이쯤에서 제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맛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 제주에는 그 자연유산을 닮은 음식이 있어 더욱 매력적이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내 친구 스티브의 손자의 손자들까지도 즐겨 찾는 제주 향토음식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그 음식에 담긴 제주 역사와 문화도 함께 알려져 제주 관광의 귀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김 경 아
서부농업기술센터 생활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