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막말파문, 망언파문

2010-08-01     제주타임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여교사가 EBS의 인터넷 수능강의에서 ‘군(軍)비하 막말’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막말 내용은 이렇다.

강의 도중 “군대 가서 뭐 배우고 와요? 죽이는 거 배워 오죠, 여자들이 그렇게 힘들게 낳아놓으면 게네(남자)들은 죽이는 거 배워 오죠, 그런데 뭘 잘했다는 거죠, 도대체가.......라고 말한 동영상이 뒤늦게 인터넷에 퍼진 것이다.<naver blog issue>

네티즌들은 ‘군살녀(軍殺女)’ 라고 부르며 비난을 하고 있다. 급기야는 국방부까지 “국토방위를 위해서 젊음을 희생한 국민과 현역군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고 유감을 발표했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 나고 말은 토해야 시원하다고 하지마는 인기 강사였던 이 여교사는 사람의 혀는 뼈가 없어도 사람의 뼈를 부순다는 속담과 같이 감당하기 엄청 힘든 코너로 몰리며 뼈를 깎이는 입장이다.

이 여교사의 말은 대단한 망언이다. 요즘 막말은 비단 이 여교사뿐이 아니다. 차명진 의원이 최저생계비 6,300원으로 '황제같은 생활'을 했다는 하루나기 체험후기를 본인의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외교통상부 장관의 과격 발언“북한의 좋으면 북한에 가서 살아라.” 는 말이 이슈가 되고 있다.

또 얼마 전에 여당 국회의원이 대학생들과 저녁 자리에서 “아나운서는 다 줘야 하는데 그래도 하겠느냐” 여자는 차(車)값, 남자는 집값“이라는 막말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서 당에서 제명당했고 사회의 이슈다.

요즘 거리낌 없이 막말이 오가는 것에 대하여 서울대 한 상진 교수는 “우리 시민사회의 격조가 그만큼 높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상대를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결핍돼 빚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사회에서 언어폭력이 큰 폭력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토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naver skpc. pe. kr>

이렇게 사회 전체가 “막말 사회”가 되면서 말이란 게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 또는 상대에게 모욕을 주고 할퀴는 독(毒)되고 있다. 이렇게 막말로 싸우는 것을 재앙이라고 한다.

금강경에 있는 경구다. “모든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입을 지켜라. 맹렬한 불길이 집을 태워버리듯, 입을 삼가지 않으면 입이 불길이 되어 온몸을 태우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의 불행한 운명은 그 입에서 생기는 것이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이다.” 라는 경구다.

영국의 동양연구가 윌리엄 에드워드 노리스(William Edward Norris)는 말조심에 대하여 “당신의 입이 쓸데없는 말을 안 하려면 다섯 가지를 조심하라. 누구에게, 누구의 말을, 어떻게, 언제, 어디서 말할 것인가(Useless in your mouth to say five things beware. Who, Who said, what, when and where you would say.)” 라고 했다.

아무리 말은 토해야 시원하다고는 하지만 말은 조심해야 건강사회를 유지 하는 것이다. 말이 가벼우면 신뢰와 권위의 가반의 흔들린다.

권위와 신뢰는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막말은 발설 자(發說者)개인의 순간적인 말실수로만 넘길 일은 아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감성지능”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대니얼 골먼의 이론을 빌리면 이런 막말 “모욕 맹독성”은 감성지능과 사회지능이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감성지능이란 타인의 감성과 입장도 이해하는 감정의 이입을 포함 한다는 것이다.

감성지능을 타인과의 사회적관계로 확대한 것이 사회 지능이라고 하는데 , 감성지능이나 사회지능이 떨어지는 사회, 그러니까 타인의 입장이나 감정에 둔감하고 자기중심성이 난무하는 사회는 인간적 유대가 무너진 사회라는 것이다.

만약 “군대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배워오는 곳”이라고 말한 그 여교사의 남편이 군인이었으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었을까? 앞에서 말한 이론을 빌리면 사회지능을 도외시한 자기중심적인 말이다

군인의 입장에서 잠시라도 나라와 군대의 존재의미를 진지하게 곱씹어보고 말을 했으면 막말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상대방이나 일반 제삼자가 보고 들어도 괜찮은 언행일까를 생각해보고 말을 한다면 막말, 망언은 크게 줄어 들것이다. 감성지능, 사회지능이 높은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다.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의 인프라는 “말”이다. 우리 선조들의 속담에 “내말은 남이하고 남 말은 내가 한다.”는 말이 있다. 말은 우리들의 일상이다. 그러나 .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은 것이 말이다. 말은 정말로 어렵다.

우리사회 속담에 “아가리가 광주리만 해도 막말 못 한다.” 의미는 아무리 발언권이 크고 지위가 높더라도 막말만은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우리 선조들이 십시일반 지키는 불문구속력으로 우리 동네를 이어왔을 것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