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책을 권한다(9) -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추천하는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김태희의 '축구란 무엇인가'

2010-07-23     고안석

지난해 2월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나왔을 때 생각했다.

󰡒야구이니까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 가능할 거야. 스포츠와 비즈니스가 결합한 최적의 경기가 야구니까. 미국 프로야구에서 알아주는 언론인 레너드 코페트가 썼고, 역시 한국 야구계에서 유명한 이종남이 번역했다니 믿을 만하군!󰡓

그런데 이번에 축구를 다룬 똑같은 책이 나왔다. 제목도 시리즈인양 <축구란 무엇인가>로 달았고 책의 두께 역시 600페이지가 넘을 만큼 두툼하다.

보통 무식한 스포츠로 평가받는 축구를 두고 이토록 방대한 저술이 가능한 줄 몰랐다. 저자는 공차기를 빵만큼 사랑하는 독일의 축구전문작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이다. 이름부터 한 축구할 것 같지만 역사철학 전공자라고 한다. 1995년 초판을 낸 이후 꾸준히 증보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한 측면이 있지만 그게 무슨 흠이랴. 이 책에 대해 차범근 감독은 이런 추천사를 남겼다.

󰡒축구 이론과 현상, 역사를 방대하고도 명쾌하게 서술한다. 우리가 축구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 공 하나로 하는 경기가 그토록 매력적인 이유가 이 책에 나와 있다󰡓

독일에서는 󰡒축구에 대한 최고의 책󰡓󰡒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은 축구 책 저자 중 챔피언스 리그에 속한다󰡓 등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책은 축구에 대한 인문적 관심을 가진 대중의 눈높이에 맞췄다.

한때 심리학자 뵈이텐디예크는 축구의 핵심을 󰡐비열한 개싸움󰡑으로 보았고, 좀 나은 평가라고 해봤자 󰡐더럽고 프롤레타리아적이고 비지성적인 스포츠󰡑였다가, 카뮈에 이르러 󰡐축구는 인생의 학교󰡑로 승격됐다.

이후 축구가 그라운드에서는 신체의 예술이 되고 관중석의 사람은 거대한 그림이 되는 팬덤 문화가 형성되면서 축구는 삶의 일부로 편입되기에 이르렀다.

책은 최고의 스포츠가 된 축구의 비밀을 해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제축구협회(FIFA) 회원국이 유엔 회원국을 능가한 이유, 단일 종목의 월드컵 경기의 열기가 전 종목이 출전하는 올림픽을 능가하는 이유를 탐색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저자의 광범한 자료 섭렵, 그리고 자료를 원료로 사유의 심지에 불을 붙여 주변을 밝히는 힘이다. 그 힘은 전적으로 저자의 성실성과 통찰력에 기대고 있다. 세계의 놀이인 축구는 이런 저자를 만날 수 있어 더욱 행복해 보인다.

(자료제공=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