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능력 무시한 ‘民投 公共사업’
그동안 제주도가 추진해 온 이른바 공공(公共) ‘민간투자사업(BTL)’들이 도 재정의 부실을 부채질 하는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제주도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민투사업(民投事業)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거액이 투자된 것들이다. 1개소 당 적게는 388억 원에서 많게는 6943억 원까지 투입된 대형 공공사업들인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설문대 여성문화 센터’ ‘제주도립 미술관’ ‘서귀포 의료원’ ‘하수관거 정비’ 등이다.
이 사업들은 제주도 예산이 아닌 민자(民資)로 이루어지는 공공사업들이므로 완공 후에는 도 당국이 민간업자들에게 향후 20년간 임대료 명목으로 분할 상환해야 하고, 연간 운영비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즉 앞으로 20년 동안 이 4개 BTL 사업에 총8663억 원이란 거액을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제주도의 재정이 자립도가 높고 건전하다면 문제는 다르다, 하지만 빚 투성이다. 제주도 채무 1조원 시대가 오고 있다니 향후 20년간 4개 BTL사업에 지출할 8663억 원이 만만한 돈이 아니다. 제주도 예산 규모로 보아 재정상 크게 압박을 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제주도가 그토록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왜 BTL사업을 추진해 왔는지 극히 의심스럽다. 채무라는 게 꼭 꾸어다 쓴 돈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BTL에 20년간 지불할 8663억 원도 빚인 셈이다.
특히 이들 사업들은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기를 기다렸다가 도 예산 사업으로 추진했어야 했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뜻이 뭔가.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사업들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먹는 게 곶감이라는 식으로 민자를 끌어들였으니 그 민자가 어디 공돈인가. 곶감에 체할라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민자로 이루어진 이들 사업들이 필요치 않다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주도 예산 사정이 어렵다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쓰기 좋다고 공공 사업에 민자를 덥석 끌어들이는 것은 이재(理財)를 잘못하는 것이다. 차후부터는 BTL에 신중을 기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