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메가 리조트
언제 내가 그랬냐는 듯이 쏙 들어가 버렸다. 다른 정책들, 이를테면 제주도종합개발계획 등속의 것은 1970년대부터 그 계획이 실현되든 안 되든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이것은 아예 죽어 재가 돼 버렸는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이름 한 때 찬란했던 ‘메가 리조트’다.
메가 리조트는 1998년 하반기 출발한 민선 2기와 함께 ‘제주도의 비전’으로 내외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등장했다.
어느 머리 좋고 뱃심 두둑한 관광개발 전문가들이 세운 계획인지는 모르나, 계획치고는 너무나 단명했다. 한 때 반짝했다가 시들어 버린 것을 보면 전문가가 아닌 뜨내기장사치 정도의 수준의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을 집행할 당사자들과 짝짜꿍해 ‘한 건’ 하려다가 치워버린 것이 아닌지 의문만 수두룩하다. 이런 것이 바로 의문이 아닌 의혹이다. 행정과 업자의 유착의혹 말이다.
꾼들다운 생색내기에다 包裝
한군데 몇 백 만평의 휴양단지를 건설해, 이 속에서 골프장도, 호텔도 다 지어 관광객들이 들어오면 이 속에서 먹고 즐기고 잠자고 가게 한다고 했다. 참으로 그럴듯한 발상이다. 관광객이 들어와 이곳저곳 피곤하게 돌아다닐 것이 없이 한 군데서 보고 즐기고 먹고 잠자고 하는 것이 얼마나 간편한 생각인가? 이들은 더 나아가 제주도가 이미 계획해 논 관광지구를 한 곳으로 모이게 해 개발하면 제주도의 자연환경도 보존될 것이라는 부연설명도 잊지 않았다. 오호라! 개발에 따른 환경보전까지라니…. 역시 꾼들다운 생색내기요 멋진 포장이다.
뜨내기장사치들이 장을 치면 바람잡이꾼들이 나서기 마련이다. 때가 때인 만큼 메가 리조트 건설을 위해 용역이며, 세미나며 정신없이 장이 설 수밖에 없었다. 어느 사기꾼 같은 외국인을 데려다 놓고, 몇 년 전에 수중호텔을 건설하겠다던 다른 업자의 사진을 갖다가 해외자본을 유치한 것처럼 도민을 속였던 당시 공무원들, 그런 아류들이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그렇게 했다고 해 넘어가자.
도 내외에서 잘나간다던 언론들이 나팔을 불고, 역시 얼굴이 잘 팔려 재미를 톡톡히 보는 ‘연사’들, 도 내외에서 양심적 학자연하는 ‘선생’들이 메가리조트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하는데 앞을 다퉜다. “행여 지금 깃발을 꼽지 않으면 나중 국물도 없을 것 같다”는 것처럼 여기에 박수치고 환호하는 선생들이 무리를 지었다. 요즘엔 그 연사들과 선생들이 이와 관련해 깊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쉬움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꿀 먹은 벙어리’ 같아 그래도 의뭉스럽다.
숨겨져 있던 내국인출입 카지노
이 미스테리 같은 메가 리조트를 한풀 벗기면, 정작 그것은 하나의 포장이었을 뿐 속에는‘내국인 출입 카지노’라는 ‘실체’가 있었다. 메가 리조트는 알고보니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 눈독 들인 꾼들이 꾸민 음모 한편에 세워진 허상이었다. 그 꾼들은 메가 리조트라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그 속에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숨겨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다 결국 도민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치자 꽁무니를 내뺐다. 이와 관련된 잇권 등에 맛을 다시며 제주도가 도박왕국이 되든 말든, 이로 인해 제주도민이, 청소년들이 망가지든 말든 한탕 해 보려는 한탕주의자 외에 이들을 달리 묘사할 방법이 없다.
요즘 다시 불고 있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 허용은 이런 차원을 벗어난 것이지만, 아무래도 논란을 벌이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관광객 출입을 허용하자는 것이 이유가 안 되는 것은 아니나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카지노에 관광객만 출입시킬시 어떻게 관광객과 도민을 엄격히 구분할 것이냐 등은 지엽적인 문제로 논외로 치고, 이 순박한 섬에 도박산업만은 ‘살아있는 도민들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도박의 땅’을 물려 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