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북방한계선은 냉전의 성역인가
"서해북방한계선은 어릴 적 땅 따먹기 할 때 땅에 그어놓은 줄이다. 이것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다. 그 선이 처음에는 작전금지선이었다.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남북간에 합의한 분계선이 아니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놓고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헷갈린다. 국민을 오도하면 풀 수 없는 문제다" 2007년 10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 초청간담회에서 김정일과의 평양회담에서 북방한계선(北方限界線, 영어: Northern Limit Line, 줄여서 NLL)을 북측에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야당측 주장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답변한 내용이다. 김영삼 정권 때만 해도 북방한계선은 영해선이 아니었다.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도 1996년 국회에서 NLL에 대해 ‘이건 정전협정과 관계없고, 넘어와도 어쩔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처럼 NLL은 선(線) 개념이다. 남북은 20년 전에 해상경계선을 설정하자는 선 개념의 합의를 했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그걸로 해결이 안 되니까 면(面) 혹은 지대 개념으로 바꾼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10·4공동선언을 통해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의 개발에 합의함으로써 NLL문제는 여전히 그 불씨가 꺼지지 않게 되었다. 평화협력지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NLL에 대한 남북 양측의 서로 다른 입장 특히 양측 군부의 안보인식이 대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방한계선은 1953년 정전 직후 마크 클라크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 북한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경계선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한해에 20∼30건의 월선사태가 빚어지는 등 문제를 안고 있는 경계선이다. 또한 국제법적으로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은 아니라는 게 국제법 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북한은 육지에서 12해리까지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경우 서해 5도까지 포함하게 된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묵시적으로 북방한계선을 인정해왔다. 실제 1992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철저하고 신중한 조사를 했으리라고 보지만, 그러나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위기관리가 긴요하다.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 따라서 당장 필요한 것은 남북이 서로 자제하면서 긴장과 위기를 슬기롭게 관리하는 것이다. 국민의 30%가량이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캐나다의 양판석 박사 등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일부 국내 학자들도 문제제기에 나섰다. 정부 발표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전문가들한테 전혀 신용을 얻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서해에는 해상경계선이 없다. 참여정부는 2007년 10·4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란 대단한 합의를 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합의가 잘 실천됐으면 천안함 사태가 일어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긴장의 바다, 충돌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 가야 한다.냉전성역은 냉전 분단체제에서 형성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남과 북이 서로를 원천적으로 적대 및 부정하여 상대방에 극단적인 덫 칠을 가하여 악마화 하고, 자기 것은 절대적인 선으로 미화하거나 신성시 해왔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