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세계적인 제주갈옷
장마가 끝나고 음력 6월 20일경 본격적인 감즙염색의 계절이 된다. 직물에 감즙으로 염색해 사용한 것은 예부터의 일이며, 주로 면직물에 감즙염색해 만들어진 옷이 갈옷이다.
제주지역의 민속복으로 전승돼 도민 대다수가 착용해 온 의복인 갈옷에 대한 기록은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생활상태조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제주민의 생활모습을 찍은 사진에서 성인들은 대부분 갈옷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옷감과 물이 귀했던 제주지역에서 감즙염색이 널리 보급돼 남녀노소의 일상복 또는 작업복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감즙염색을 하면 옷이 질기고 관리하기가 편해지며 색이 바래면 다시 염색해 입을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70년대부터 갈옷에 대한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그 장점이 많이 부각되어 현대인들이 더욱 더 좋아하게 되었고, 다양한 패션과 소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감즙염색처럼 탄닌이 함유된 염료는 중량과 물성이 향상되며, 친환경적이고 항균효과가 있어 오랫동안 보존해야할 고급 수공예품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감즙염색 과정을 소개하면 우선 준비된 옷이나 옷감을 한 번 빨아 말려두며 풋감은 착즙기 등을 이용하여 즙을 얻는다.
그리고 옷이나 옷감에 감즙이 골고루 퍼지도록 중간 중간에 넣으면서 감즙이 우러나올 때까지 주물러 주며 손으로 가볍게 짜서 햇빛에 바짝 말려주고 물을 적셔서 잔디밭 등에 주름이 없도록 손질을 하면서 8~10회 반복하여 바래기 작업을 하면 갈색의 염색포가 되고 감즙염색포로 옷을 만들면 갈옷이 된다.
갈옷의 색상을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중성세제로 가볍게 손빨래하고, 알칼리성세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한 두방울의 아세트산(초산)을 떨어뜨려 마지막 헹구어내면 좋다.
가벼운 외출 후에는 통풍을 잘 시키거나 물에 빨아도 되고, 만일 세탁기에 알칼리성세제로 세탁하면 색상이 짙어진다. 감즙염색포는 신소재가 추구하는 자외선차단, 쾌적함, 통기성이 좋아 여름철 의복이나 여행복, 모자, 침구류, 소품 등 무엇이든지 가능하게 되었다.
서울에 어느 명사의 말이 생각난다. 음악활동 등을 하는 예술인으로 여러나라의 대사 등을 만날 때 갈옷을 입고 나가면 ‘원더풀’을 연발하며 흥미를 보이면 갈옷에 대한 설명으로 화답한다고 했다. 갈옷의 고급화, 세계화에 명사들의 선호도와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박 덕 자
서부농업기술센터 경영지도과장